[재기꿈 사장님들] 중소기업 회생돕기 릴레이 펼친다
1999/02/09(화) 17:42
도산의 아픔을 경험한 60여 중소기업 대표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자활모임인 「힘사회」(회장 권영철·權寧喆)를 조직, 힘찬 재기의 의지를 다져오고 있다. 이들은 KBS TV의 「힘내세요 사장님」에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모금된 ARS성금을 대출받아 기사회생했던 경험의 소유자들이다.
「힘사회」의 재기 프로그램은 「릴레이식 중기살리기」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지금까지 모금된 28억여원의 ARS성금과 자신들이 대출받은 지원금을 조금씩 상환해 조성된 기금으로 어려운 기업을 살리고 그 기업이 갚을 돈으로 다음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성금 위탁관리를 맡은 정부부처와도 합의가 이뤄져 3월부터는 프로그램 운용이 가능하다.
「힘사회」회원들은 지금도 IMF의 쓰라린 기억을 가슴에 담고있다. 부산에서 첨단냉동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김상욱(金相旭·47)씨는 지난해 8월 도산의 위기를 맞자 자신이 생산한 첨단냉장고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순식간에 영하 수백도까지 떨어지는 기술을 이용, 아이들에게 「즉석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팔면서도 가슴속으로 흐르는 눈물은 참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권회장도 지난해 20년간 운영해 온 전자회사를 종업원들에게 밀린 임금과 퇴직금조로 넘겨줬다. 하지만 종업원들에게 15억원이란 부채부담을 줄 수 없어 자신이 일부러 새로운 회사를 설립, 그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현재 종업원들이 물려받은 회사는 월 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기업이 됐다.
컴퓨터부품업체를 운영하던 정모(52)씨는 딸의 혼수자금까지 날리자 자살을 결심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딸의 약혼자가 대기업연구원이라는 직장까지 버리고 장인을 돕겠다고 설득했고 지금은 재기에 성공, 월 수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다.
앞으로 힘사회는 정부기관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선정해 연말까지 40여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권회장은 『힘사회는 도산이라는 절체절명의 공포를 경험으로 느낀지라 지원의 절실함과 고마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국민들이 모아준 성금을 결코 헛되이 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훈기자 jun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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