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편향된 문학교육이 `문학위기' 불렀다
1999/02/09(화) 17:02
『문학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이 오늘날 문학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문학의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교육을 통해 그같은 인식을 바꾸는 데서 찾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다』(정재찬 청주교대 교수)
「문학의 위기」현상의 원인을 문학교육의 위기에서 찾고 그 치유방안을 모색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윤여탁 서울대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문학교재 구성을 위한 현대시 정전 연구」에서 교과서에 실린 시 작품들이 현실사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남호 고려대교수는 올해부터 월간 「현대문학」에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연재하고 있다. 계간 「문예중앙」(98년 겨울호)은 기획특집 「왜 지금 문학교육인가 - 한국 문학교육의 현실 진단」을 마련해 유종호(연세대석좌) 도정일(경희대) 정채찬 교수가 문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을 실었다. 현장평론가들과 문학교육 전문가들의 이같은 한 목소리는 『문학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문학의 미래는 암담하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
윤여탁교수는 18종의 「문학」교과서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교과서에 작품이 실린 시인은 64명으로 이중 이른바 순수시인이 35명으로 절반 이상, 저항시인이 4명이지만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시인은 각 9명으로 18명에 그쳤다. 그는 『순수 서정시가 시의 본령이지만 사회와 시대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시가 외면되는 것은 문학작품의 다양한 이해와 감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수록작품도 대부분 1920~30년대 일제 강점기에 씌어진 것들로 신세대 중고생들에게 거리감을 주고 있다. 윤교수는 카프 계열 작가등이 이념적 이유에 따라 교과서에서 배제됐다며 이같은 「편식」을 바로잡는 한편, 80년대 이후 작품들까지 수록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정재찬교수는 비슷한 논지로 『순수문학과 민족문학 중심으로 구성된 교과서의 정전은 미학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며 이같은 「상징적 폭력」으로 학생을 교육하는 현실을 이제 인정하고 정전을 개방,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호교수는 「가난한 사랑노래」(신경림) 「동백꽃」(김유정) 등 구체적 작품을 예로 들며 이에 대해 교과서·참고서가 제시하는 「단원의 길잡이」「학습원리」등이 무의미하고 무리한 분석적 해석을 유도, 오히려 건전한 감상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편 정재찬교수는 『목가적 문학수업을 받아보지도 못한 학생들도 백일장에 데려가기만 하면 봄철에 난데없이 낙엽을 떠올리는 감상적 낭만주의자가 되고, 랩송을 들으면서도 「천고」를 읊어대는 의고주의자가 된다』며 「백일장 현상」을 잘못된 문학교육의 전형으로 꼬집었다. 또 작품보다는 작가의 전기적 사실에 과도하게 비중을 두는 교육현실도 공통적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종호교수는 『문학교육은 「재미있으며 문체의 매력이 실감되는 글」로 피교육자가 자연스레 그 매력의 포로가 되도록 하는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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