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사직동팀 정치사찰 관여" 파문
1999/02/10(수) 09:58
15대 대선 두달 전인 97년 10월, 강삼재(姜三載)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DJ비자금 내역」을 폭로했을 때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대선의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극도의 긴장이 정치권을 휘몰아쳤다.
이 폭로가 가공·조작됐다는 증언이 9일 경제청문회에서 제기돼 다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증언자는 YS정권 당시 청와대 특명사항을 전담했던 「사직동팀」을 지휘한 박재목(朴在穆) 전경찰청 조사과장.
그의 증언 중 충격적인 내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강전총장의 폭로가 사직동팀의 내사결과와 다르다는 조작가능성이며, 둘째 내사결과중 중요 사안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 보고됐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세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밝혔던 「시민의 제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증언도 만만치않은 뒷 맛을 남긴다.
아울러 사직동팀이 DJ비자금만을 추적했으며 박전과장 전임자도 계좌추적을 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권력이 총체적으로 정치사찰에 개입한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당사자인 강삼재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더 나아가 『여권의 공작에 따른 조작』이라며 『이런 식으로 사실을 조작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박씨 증언과 강의원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실체적 진실의 규명이 불가피해진다. 국가기강 확립과 정치사찰의 근절차원에서도 그냥 덮어두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실규명은 검찰수사를 의미하며, 이 경우 정국은 예측불허의 혼돈으로 빠져들게된다. 특히 여권은 여야총재회담을 추진하는등 대화국면을 조성하려 애쓰고 있어 수사에 착수하기가 쉽지않다. 일각에서는 『사직동팀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결국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YS 등 구여권과 한나라당에 대한 예비카드로만 활용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기도한다.
하지만 사찰증언이 나왔는데도 정치적으로 봉합한다면, 여권은 권위추락을 감수해야한다. 현재 여권의 대세는 대화론이지만 『개혁반대세력의 준동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도 엄존하고 있다. 이런 양론속에서 여권 핵심부가 사직동팀에 어떤 자세를 취할 지가 민감하게 주시할 대목이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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