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청문회 유감
1999/02/08(월) 17:51
지난달 18일 환란의 원인을 규명해 교훈을 얻겠다고 시작한 환란청문회가 이제 파장에 접어 들었다. 야당의 외면으로 여당단독 청문회라는 생래적 한계 때문에 애당초 부터 「장(場)을 세우기」엔 무리였다. 그래도 청문회가 성공적이기를 기대했다면 그것은 여권의 터무니 없는 과욕일 뿐이다. 두 여당간에 다소 경쟁적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국민의 눈과 귀를 TV중계에 붙들어 두기엔 족탈불급이었다. 시종 당당한 방어논리를 편 환란주범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준 꼴이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특위 자신은 전정권의 엉성한 외환정책과 늑장대응, 보고체계의 허술함등 환란 불가피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위하지만 이런 청문회를 왜 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8일 김영삼 전대통령의 증언을 들으려던 특위는 김전대통령의 완강한 저항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는 증언대 대신 등반길을 택했다고 한다. 이날 자민련소속 한 위원은 임창열전경제부총리와 상충되는 증언을 한 다른 증인들과의 대질신문 불가능등을 이유로 사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체적 진실을 찾으려면 우선 자신부터 드러내 놓고 비판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국민회의가 자당소속이라고 임전부총리를 감싸고 돌면서 부터 파행은 예고되었다. 환란을 결정적으로 가중시킨 혐의를 받는 사람을 위증도 가능한 참고인으로 고집할때 부터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상황 아래서 청문회가 공감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특위일정 가운데 9일은 전정권때 정치인 계좌를 불법추적한 바 있는 이른바 「사직동팀」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다고 한다. 수감중인 전정권의 사정비서관등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다. 검찰조사등으로 이미 일단락된 김대중대통령의 정치자금문제가 다시 쟁점화할까봐 국민회의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는 보도다. 두 여당에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청문회는 왜 합니까』 노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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