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번복소동] "입장표명" → 한밤취소 YS 해프닝
1999/02/09(화) 11:10
8일 청계산에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예보했던「정국태풍」은 한바탕 소동끝에 찻잔속의 태풍으로 조기 소멸했다.
이날 IMF환란조사특위 증인출석을 거부하고 청계산에 올라 9일 오전 자신의 대선자금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밝혀 정국을 아연 긴장시켰던 김전대통령은 이날 밤 상도동자택을 찾은 측근들의 만류에 따라 회견을 무기연기했다.
○…김전대통령측은 8일 밤 늦게까지 기자회견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 자정가까이 돼서 회견연기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표양호(表良浩)비서관은 이날 밤 11시 20분께 상도동자택 입구에서 기다리고있던 기자들을 자택쪽으로 올라오게 한 뒤 회견연기결정을 짤막하게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연기이유나 언제 회견을 할 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표비서관은『김전대통령에 대한 충정으로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연기를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기결정을 내린 과정에서 여권과의 접촉이나 여권의 연기요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상도동 김전대통령 자택에는 김전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비서진 12명이 모였다. 김전대통령이 등산을 마치고 귀가한 뒤 40분 가량 지난 오후 5시30분께 이원종(李源宗)전정무수석이 처음으로 도착했고 뒤이어 이영래(李永來)전행정수석, 김광일 김용태(金瑢泰)전비서실장, 유도재(劉度在)전총무수석, 조홍래(趙洪來)전정무수석 등이 차례로 상도동 문을 들어섰다.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전화로 회견연기를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오전 IMF 환란조사특위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인근의 청계산에 올라가 있었다. 김전대통령은 아침 9시께 김기수(金基洙)전청와대수행실장 등 비서진과 경호팀 등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김전대통령은 등산객들과 마주칠 때를 제외하곤 등반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며칠째 계속해 온 「150억원 정치자금 제공 증언은 정권말기에나 있는 정치공작」이라는 말을 또다시 하는 등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김전대통령은 오후 3시30분께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9시에 상도동에서 기자회견을 할테니 언론에 알려라』고 지시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김성호기자 sh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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