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보고서] "성장률 4% 넘으면 거품"
1999/02/08(월) 18:19
지표경기의 급속한 호전속에 「경제의 거품(버블)화」를 우려하는 분석이 민간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속속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호황이 이끌어 낸 생산의 착시(錯視)현상, 수출증대없는 수입증가, 특정계층중심의 소비확대, 실물부문과 차단된 채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과잉통화등으로 실상보다 경기회복속도가 부풀려져 결국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과거와 같은 「냄비경제」가 재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8일 「버블없는 경기진작방안」보고서를 통해 금년 성장률이 4%를 넘을 경우 인플레압력(거품)이 가중될 공산이 크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의 최공필(崔公弼)박사는 『실증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경기회복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인플레심리를 자극해 안정성장기조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며 『대략 4%이상 성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금년 성장목표를 2%, 한은은 3.2%로 전망했지만 내부적으론 이를 「최저성장치」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의 경기지표호전은 반도체호조와 재고감소에 따른 거품』이라며 『올해 4% 성장을 하더라도 두 요인을 제거한다면 실질적 성장효과는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아직은 과열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는 정부의 공식진단에도 불구, 최소한 거품을 걱정할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1,12월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각각 1.8%, 5.1%를 기록, 긴 마이너스행진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13.3%, 마이너스 7.9%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착시지표」만 믿다가는 성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외환위기 직전상황을 다시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마이너스 5~6%의 초(超)저성장속에서도 풀리는 돈의 양은 꼬박 13~14%씩 늘어났으나 은행들의 대출기피로 이 돈은 주식시장등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으며 만약 실물경제로의 차단벽을 제거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등으로 흘러가 80년대말의 거품을 재연시킬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지표경기」의 호조에 힘입어 현재 소비는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확산일로를 걷고 있으며 수출의 제자리걸음속에 수입은 지난달 16개월만에 플러스로 반전(15.4%)되는등 경상수지흑자기조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관계자는 『인플레우려는 확실히 있으며 이를 조기차단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지연과 냄비경제재연등 과거의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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