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현상 경계해야
1999/02/08(월) 17:55
한국경제에 봄은 오고 있는 것인가. 각종 경제지표들이 개선돼 국가신인도가 향상되고, 소비도 차츰 살아나고 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정부 고위관료들은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 3%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과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최근 경기회복세가 수요회복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고조정 결과라며 거품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재고가 상당량 소진돼 이를 보충하기 위해 공장을 돌리고 있는 상태여서 투자 및 소득증가, 일자리 창출등 경기회복에 따른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재고조정 효과를 제거한 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0.8%에서 올해 마이너스 0.3%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경기논쟁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경기지표 자체에 너무 억매여 통계의 주술적인 요인에 함몰되면 전혀 엉뚱한 정책을 초래, 경제를 왜곡시켜 또다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거품경제의 후유증으로 전후 최악의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거품이 진행될수록 실물지표는 외견상 더 좋아졌다. 실물지표가 거품을 가리기까지 했다.
현 상황을 보면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나 거품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부의 칭찬이나 일부 구조조정의 성공적 추진으로 자만하거나 다음 단계로의 진입에 우물쭈물하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기업·금융·노동·공공부문의 구조조정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빅딜업체간의 심각한 갈등, 불안한 노사관계, 늘어가는 실업자, 과소비 조짐, 부처 이기주의로 치닫는 정부 및 산하 단체, 높아만 가는 통상마찰등 국내외 움직임은 우리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세계은행은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층이 97년말 전체 인구의 9%에서 98년말 23%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세계은행의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층은 97년말 전체 인구의 4~5%에서 98년말에는 10~11%로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이 서민들의 실생활이 개선되고, 절대빈곤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면 경기회복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구조조정의 성공적 마무리등 내실 다지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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