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공해
1999/02/08(월) 16:18
시내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하던 여대생과 이를 나무라던 대학교수가 주먹질 발길질로 서로 싸워 입건됐다. 이 소식을 듣고 속으로 『잘코사니!』하고 쾌재를 불렀다. 평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진저리가 나서 그렇게 대판 싸움이라도 한번 해봤으면 속이나 시원하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술 한 잔 걸친 김에 반말을 했다는 대학교수나 그렇다고 태권도 국가대표 실력으로 발차기를 날린 여대생이나 둘다 모양은 우습게됐다. 그러나 휴대폰 소음이 얼마나 남을 괴롭히는지 깨닫게 하는 데는 딱 좋은 사건 아닌가.
시내버스를 타면 늘상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가 싫어서 일부러 전철을 타곤하는데 지하에서도 삐릭삐릭 울어대는 휴대폰 소리에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어딜 가도 시끄러우니 이거 도망칠 데가 없군. 피곤에 지쳐 차 안에서 졸다가 휴대폰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깨거나 조용히 책을 읽다가 귀를 어지럽히는 휴대폰 통화 내용에 글이 헷갈리는 경험을 할 때마다 화가 난다.
공연장에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는 더 치명적이다. 지난해 세계적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가 서울 예술의전당에 와서 독창회 할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참다못한 보니는 2부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휴대폰 좀 꺼달라는 말을 했다. 음악에 푹 빠져 있던 즐거움을 산산조각내버린 그날의 휴대폰 주인이 누군지 지금도 표값 물어내라고 말하고 싶다.
휴대폰 공해는 소음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 버스나 택시기사가 운전하면서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 것을 보면 아찔하다. 휴대폰은 병원 의료기기나 비행기의 운항기기에 혼란을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한다. 휴대폰이 사람 잡게 생겼다.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않는 것은 기본예절이다. 그동안 물건 파는 데만 열을 올리던 휴대폰 제조회사들도 요즘은 상품광고에 휴대폰 사용예절을 넣기 시작했다. 휴대폰 때문에 남들에게 적대감을 갖는 불행은 이제 졸업하고 싶다. 오미환 문화과학부기자 mho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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