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여홀로 야따로' 국회
1999/02/08(월) 17:23
8일 여의도 의사당 주변의 모습은 「홀로」와 「따로」라는 말을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이날 낮 국회에선 동시에 2개의 무대가 따로 펼쳐졌다.
한 무대는 오전 10시 국회 145호실. 국민회의· 자민련 의원 10여명만이 모여 썰렁한 분위기속에 「여(與) 홀로」경제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석에는 「김영삼」이란 글자가 쓰인 명패만 덩그렇게 놓여있을 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 김전대통령은 일부 측근만 데리고 은밀히 「홀로 산행」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여당의원들은 『국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증언을 외면한 채 어떻게 등산을 갈 수 있느냐』며 YS를 몰아붙였으나 공허한 목청일 뿐이었다. 자민련 김칠환(金七煥)의원은 뒤늦게 이런 청문회는 무의미하다며 특위 위원직을 사퇴하는 「나홀로 행보」를 했다. 맥빠진 IMF환란조사특위는 1시간여만에 청문회를 정회한 뒤 오후 2시25분께 다시 속개했으나 5분만에 산회를 선포하고 끝냈다.
이날 청문회가 끝날때 쯤 국회 본회의장에선 또다른 무대가 펼쳐졌다. 한나라당 의원 100여명만 참석한 채 「야(野)홀로 임시국회 본회의」를 개회하려고 했으나 의장단이 사회를 거부함에 따라 사실상 「야당 의총」이 돼버렸다. 야당 의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정부의 「햇볕정책」과 대기업 「빅딜」등을 헐뜯고 여당측에 인위적 정계개편 중단을 주문했다. 야당의원들만의 「말잔치」는 세풍사건에 연루된 서상목(徐相穆)의원을 보호하기 위한「방탄국회」라는 비난을 면해 보려는 가여운 몸짓으로만 느껴졌다.
여당과 야당 역할을 맡은 정치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의회민주주의」무대가 제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여야는 지난해 새정부 출범후 두세달 정도만 빼고는 내내 다른 무대에서 판을 벌였다. 두 주연을 함께 볼 수 없는 무대를 지켜보며 여야의원들이 요즘 부르짖는 「상생(相生)의 정치」가 환청처럼 느껴졌다.
/김광덕기자 kd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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