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내 첫 100% 디지털애니메이션 `철인사천왕' 출격
1999/02/08(월) 16:54
국내 최초의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 「철인사천왕」(시나리오·총감독 김혁)이 13일 개봉된다. 상영시간 76분동안 기존 셀방식(원화를 일일이 종이위에 그리는 방식)은 한 장면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로보트 태권V」이후 23년여만에 제작된 국산 로봇물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미래에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4대의 거대 변신로봇, 지국천왕 광목천왕 증장천왕 다문천왕. 이를 각국에서 선발한 네 명의 소년 카레이서가 조종한다. 애니메이션은 속도감 넘치는 카레이싱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 시간 요괴로봇이 나타나 다른 도시를 쑥밭으로 만들자, 소년들은 상부지시에 의해 철인사천왕을 타고 출격한다.
디지털 애니메이션답게 깔끔한 선과 선명한 색배합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에 따른 다이내믹한 화면도 압권. 이를 위해 1년1개월여의 제작기간동안 사용된 화면데이터 분량만 1테러바이트(TB). 1.44메가 디스켓으로 70만장, A4용지로 5억장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제작비 15억원. 일본 SF 로봇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로봇 출격장면의 패러디도 애니메이션 팬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
그러나 로봇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흥미거리인 로봇의 변신장면이 너무 빠르고 짧으며, 로봇의 필살기가 제대로 그려지지 못한 것이 치명적인 단점. 초반 20여분간 계속되는 카레이싱과 영화전체의 액션으로 도입된 도시 폭파장면은 너무 전자오락게임적이다. 인물들의 배경이나 성격묘사가 생략되고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아쉬움도 남겼다.
김혁 감독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최대단점인 차가운 질감을 없애는 데 가장 큰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그 결과 새가 날고 비가 오는 몇몇 서정적인 장면은 일본이나 할리우드 작품을 능가할 만큼 섬세하고 부드럽다. 이같은 기술적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사실적인 화면구성을 좇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전체를 어린이 만화책, 전자오락같은 영상구성이란 정반대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철인사천왕」은 26부작 TV시리즈로 만들어져 올 가을 SBS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김관명 기자 kimkw@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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