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회고록] "김일성, 김정일에 송시지어 아첨"
1999/02/08(월) 17:53
94년 사망한 북한의 김일성(金日成)은 아들 김정일(金正日)과의 권력투쟁에서 눌려 말년을 비참하게 보냈다고 97년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비서 황장엽(黃長燁)씨가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8일 출간된 황씨의 회고록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한울)에 나와 있다.
황씨는 지난 달 18일 김학준(金學俊) 인천대총장과의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는데 대담 내용을 책에 실었다. 그는 90년대 이후는 실질적으로 김정일 일인체제였다고 주장했다. 70년대 초반부터 능동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한 김정일이 자질구레한 문제로 성질을 부리고, 정면으로 반대해도 김일성은 웃고 양보하곤 했다는 것이다.
특히 90년대 이후에는 대외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김정일이 장악, 김일성도 스스로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황씨는 밝혔다. 김일성은 아들 김정일에게 잘보이기 위해 아첨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92년 김정일의 50회 생일에는 송시(頌詩)를 지어 바쳤다고 한다. 황씨는 『이 송시를 보면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얼마나 아첨했는지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중국 사람들이나 우리는 얼굴이 뜨거워져 내놓고 소개하기도 힘들다』고 회상했다.
황씨는 이 책에서 자신의 출생 및 성장과정에서부터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가슴 속에 담고 있던 생각들을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일본의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는 같은 내용의 책 「김정일(金正日)에의 선전포고」를 지난 달 26일 일어판으로 먼저 발간했다.
김철훈기자 ch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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