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외화획득 공로 인정 형선고 유예"
1999/02/08(월) 14:46
원심에서 벌금과 추징을 선고받고 부도위기에 몰린 한 중소기업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외화획득 공로를 인정,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필리핀에서 토목자재사업을 하던 J산업대표 박모(57)씨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벌어들인 달러화를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들여오다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페소화를 빌리면서 담보로 제공했던 달러화를 페소화 결제후 돌려받은 것이어서 따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는 외국환관리법 규정에 따라 벌금 이외에도 추징 4,400만원을 선고했다. IMF이후 자금압박에 시달리던 박씨에게 5,000만원에 가까운 벌금과 추징은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여졌다.
이에대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항소5부(재판장 정대훈·鄭大勳부장판사)는 8일 박씨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의 행위에 대해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벌금과 함께 추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그러나 박씨가 필리핀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은 외화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나름대로 외화를 벌기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인만큼 동기나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외국에서 벌어들인 사업성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인데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몰수·추징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박씨가 기업을 회생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박일근기자 ikpar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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