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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왕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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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왕의 공백

입력
199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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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왕의 공백

1999/02/08(월) 17:53

47년간 요르단을 통치해온 후세인 국왕의 사망은 요르단 국민은 물론 중동지역의 평화를 바라는 지구촌의 큰 손실이다. 아직도 중동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이라크문제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곳중의 하나이기에 그의 사망에 따른 공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선 반세기에 걸쳐 형성된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잃은 요르단인들의 충격은 클 것이다. 남한정도의 면적에 4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요르단은 주변에 이스라엘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등 만만찮은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약소국이다. 이런 나라가 툭하면 터지는 중동화약고에서 반세기동안 국가적 안정을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후세인 국왕 개인이 독특하게 쌓아올린 지도력의 덕택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후세인 국왕은 아랍왕조의 정통성과 서구적 감각을 가지고 간단없이 폭발하는 이스라엘과 아랍의 충돌속에서 요르단의 생존을 추구해왔다. 시리아 이라크 이스라엘등 주변 호전국들의 징검다리인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하여 이들 어느 나라와도 적대감정을 쌓지 않으며 요르단을 완충지대로 지켰고,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노린 미국으로부터 경제원조와 정치적 지지를 받음으로써 국내정치의 안정을 유지했다.

후세인 국왕은 이같은 요르단의 생존전략을 바탕으로 중동문제 중재자로서 국제평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 지역의 현안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놓고 벌어진 중동평화협상에서 후세인 왕의 중재 및 현장 보증인으로서의 역할은 지난 해 백악관에서 있었던 중동평화협상 서명식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에서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큰 아들 압둘라 왕세자가 즉각 후세인의 왕위를 계승함으로써 외견상 정권의 계속성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세인 왕은 사망이 임박한 최근에야 왕위계승자인 동생을 축출하고 압둘라를 왕세자로 삼았다. 후계자 압둘라는 군부와 미국의 지지를 받겠지만 사망한 부왕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경험과 능력이 아직은 멀고 요원하다. 특히 중동문제에서 발휘했던 부왕의 국제외교 능력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제 요르단 국민은 카리스마적 보호자를 잃었고, 중동은 좋은 중재자를 잃었다. 우리의 뇌리에 후세인 왕은 야셀 아라파트와 함께 중동의 얼굴이었다. 한 인물의 퇴장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의미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창설과 이스라엘 총선을 앞둔 중동의 오늘을 생각하면 아쉬운 인물의 상실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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