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앞날] '압둘라 시대' 안팎 험난
1999/02/08(월) 18:22
탁월한 외교력으로 「화약고」 중동의 균형추 역할을 했던 후세인 국왕의 공백은 요르단과 중동에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친서방정책을 표방하면서 이스라엘과 미국,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국간에 절묘한 힘의 균형을 이룩한 그의 공백이 그만큼 크다는 분석이다. 또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내의 정치·경제 문제도 국정운영 경험이 전무한 압둘라 신임국왕에게는 시급한 과제다.
◆중동 관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세계와 아랍권은 압둘라 국왕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그가 선왕의 조정자 역할을 대신 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94년 체결된 요르단과 이스라엘간의 평화협정을 비판해 온 이라크, 리비아 등은 벌써부터 압둘라 국왕에게 친서방 정책의 탈피를 은밀히 강요하고 있다. 이라크 한 일간지는 『이스라엘이 후세인 국왕의 공백을 틈타 요르단 영토를 넘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평의회 의장도 『요르단의 젊은 지도자는 혁명적인 방법으로 정책을 재고하고 아랍권으로 복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70~80년대 요르단에 침공 위협을 가하며 이스라엘과 대치하고 있는 시리아도 복병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에 체결된 와이밀스 평화협정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5월로 예정된 이스라엘 총선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선포 문제는 압둘라 국왕의 외교무대 첫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요르단 국민의 60%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인들도 이스라엘과의 관계개선에 불만을 품고 있다.
◆국내경제
요르단은 중동에 위치하고 있으나 기름 한방울 나지 않은 국가로 이라크와의 무역으로 연명해 왔다. 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지지한 요르단은 이후 심각한 경제난을 겪어야 했다.
유엔이 대이라크 무역제재를 단행함에 따라 이라크와 교역이 단절되고 걸프지역 아랍국들이 지원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20%에 가까운 고실업률과 68억달러 상당의 외채는 압둘라 국왕의 가장 큰 부담이다.
◆국내 정치·사회
요르단은 당초 유목민족인 베두인족의 국가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난민이 유입되면서 지금은 팔레스타인인이 다수를 차지, 종족간 갈등이 첨예하다.
그러나 군 경찰 보안조직 등 요직은 모두 베두인족이 차지해 팔레스타인인의 불만은 거세다.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하마스는 친서방정책을 펴는 후세인 국왕 통치시기에도 골치거리였다.
후세인 국왕이 이룩해 놓은 엄격한 통치체제도 압둘라 국왕의 힘겨운 유산. 회교 혁명당 등은 입헌군주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또 34년간 왕위계승권자 자리에 있다가 퇴출된 핫산 전왕세자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김정곤기자 kimj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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