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제] 외국의 특검제... 유무떠나 비리척결 확실
1999/02/07(일) 17:12
미국
철저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는 정치체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특별검사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및 소추권 등 법집행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여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무원의 비리를 수사하는 권한을 특별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미국은 법무부 내규로 「수사의 공정성이 위협받을 경우」에 한해 특별검사를 임명토록 했으나 73년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법제화했다.
당시 엘리옷 리처드슨 법무부장관이 아치발트 콕스 하버드대교수를 특별검사로 지명했으나 닉슨 대통령이 특별검사의 해임을 요구했고 리처드슨 법무장관이 이를 거부하고 사임해버렸다. 이에 닉슨은 법무장관 직무대리를 맡은 사람으로 하여금 특별검사를 해임케 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미 의회에서는 특별검사의 임명권을 행정부에서 사법부에 맡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별검사법을 78년에 통과시켰다.
5년간의 한시법으로 돼있는 특별검사법은 92, 93년 잠시 실효됐다가 94년 다시 재연장돼 오는 6월에는 또다시 연장여부가 정해져야 한다. 이 법에 의하면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은 대통령 및 부통령, 장·차관, 백악관 및 법무부 고위공무원, 중앙정보국(CIA) 국장 및 부국장, 국세청장 등이다. 이들이 연방법을 위반했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때 법무부장관은 연방법원에 설치된 특별재판부에 특별검사의 임명을 신청해야 한다. 특별검사는 예산 및 수사인력의 지원을 행정부로부터 받으면서 특별재판부의 감독 아래 독자적인 수사를 펼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미국에서는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78년 제도시행 이후 특별검사가 임명된 경우가 18건이 있었으나 11건은 무혐의, 1건은 무죄를 받았고 4건만 부분적인 기소가 이루어지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화이트워터, 르윈스키 사건 등에서 특별검사의 정치성이 크게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6월 재연장 시효를 맞는 특별검사법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별검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 jmnews@hankookilbo.co.kr
프랑스와 일본
프랑스는 특검제는 없으나 정치권 등의 외부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예심판사제」라는 독특한 제도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형이 무거운 범죄는 일단 검찰수사를 거친 뒤 법원소속의 예심판사가 수사서류를 검토,필요시 사법경찰관을 직접 지휘해 보강수사 또는 재수사를 벌이는 제도다. 정·경 복합비리 등 대형사건의 경우 검찰수사는 형식에 불과하고 사실상 치안판사가 수사책임을 맡는다. 베르나르 타피 등 정치 경제계의 숱한 거물들을 감방에 보낸 에바 졸리가 대표적인 예심판사다.
프랑스는 또 각료 등 고위공직자 비리 판결에 정치적 치우침을 막기 위해 93년 「공화국재판소(CJR)」를 신설했다. CJR은 상·하 양원의 국회의원 대표들을 재판관으로 선임해 대법관 등 판사들과 함께 재판부를 혼합구성하는 게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특별검사제가 불필요하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도쿄(東京)지검 특수부가 있기 때문이다. 76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총리의 구속으로 유명한 특수부의 서슬은 지난해 대장성 수사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무디어지지 않았다. 특수부가 「일본 유일의 야당」으로 불릴 정도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제도 때문이 아니다. 54년 「조선의옥(造船疑獄)」 수사가 정계 핵심부에 미치자 당시 이누카이 다케루(犬養健)법무부장관은 검찰청법 14조의 「지휘권」을 발동, 특수부의 발목을 잡았다. 수사는 흐지부지됐지만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이누카이장관은 사임, 정계를 떠나야 했다.
그 이후 「지휘권」은 한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결국 특수부에 자유공간을 마련해 준 것은 국민의 감시였던 셈이다.
/파리=송태권특파원 songtg@hankookilbo.co.kr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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