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제] "검찰중립 제도보장위한 필수장치"
1999/02/07(일) 17:17
법조계 고질적인 비리사건 하나가 검찰조직을 흔들어 놓았다. 검사 출신 변호사의 사건 수임을 둘러싼 추문이 현직 고검장의 이례적 기자회견으로 이어지면서 근본적 검찰개혁의 문제로 번졌다. 그 소용돌이 가운데 선 검사들이나 연민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이 함께 짚은 문제는 검찰 독립성이다.
검찰의 독립성, 특히 그 중에서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는 정권의 영향력 행사가 예상되는 특별한 사건의 경우에 한정된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할 때 그 공정성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검사들은 피라미드 조직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그리고 국무위원 중의 한 사람인 법무부장관의 임면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정치적 사건의 수사는 기존의 검찰이 맡아서는 곤란하다는 자명한 원리에서 나온 것이 미국의 특별(독립)검사제이다.
그동안 국민이나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특별검사제를 요구해 왔고, 검찰은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검찰개혁의 핵심이 독립성 확보에 있다고 자각한 현실에서는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 지난날 검찰의 진정한 반대이유는 중요한 부분에 대한 수사권을 빼앗긴다는 상실감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정권을 쥔 쪽은 정치개혁 과정에서 검찰권을 수단으로 이용할 필요성 때문에 선거공약을 뒤로 한 채 검찰의 편에 섰다. 하지만 그러한 왜곡된 관념과 논리는 국민적 신뢰를 잃고만다는 점을 명심할 때가 되었다.
이제 특별검사제 논의는 분명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그것은 정부와 검찰이 어떤 형태로든 수용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상황을 의미한다. 특별검사제는 미국의 제도를 기본적 모델로 참고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의 현실에 보다 적합한 형태로 재창출해낼 필요도 있다.
특별검사제에서 고려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은 수사의 공정성과 효율성의 두 가지이다. 특별검사제의 원래 의의는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 따라서 공정성을 담보할만한 인물을 임명하는 절차만 마련하면 된다. 최악의 경우 인사권과 예산권이 독립된 수사처를 기존 검찰조직에 두더라도, 수사를 감시할 외부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할 최소한의 조치는 따라야 한다. 특별검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별개의 검찰청을 창설하는 정도는 무리다. 임명된 특별검사가 기존의 검찰조직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수사의 효율성 확보와 함께 예산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특별검사제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기대와 자세도 가다듬어져야 한다. 우선 특별검사제가 만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수긍할만한 수준의 절차적 제도가 마련되면, 그 최선의 결과에 승복할 각오를 해야 한다. 때로는 실체적 진실의 규명과 만족스런 처벌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절차의 공정성에 의심이 없으면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차 병 직(변호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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