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연다] 한국 현대철학은 없는가
1999/02/07(일) 17:14
『현대 한국철학은 없다. 우리는 철학을 한 게 아니라 배웠을 뿐이다』
이 땅의 철학자들은 자괴감에 빠졌다. 우리 현실을 우리 언어로 사유하는 진
정한 자생담론 찾기가 과제다. 국문학자 조동일의 표현에 따르면 외국학문을 날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입학」과,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시비학」을 넘어 이제는 「창조학」을 해야 할 때다.
해방 후 반세기동안 많은 철학이 수입됐다. 일제시대 일본을 통해 들어온 독일 관념론부터 전후 실존주의, 미군정의 영향으로 번성한 영미 분석철학과 실용주의, 70년대의 비판이론, 80년대 마르크시즘을 지나 90년대 프랑스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약 10년단위로 외국 것이 오갔다.
자생담론이 필요하다는 자각은 80년대 중반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정체성의 혼돈 앞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것은 80년대 후반의 탈식민성 논의, 90년대 초반 삶과 밀착된 글쓰기논쟁을 지나 최근에야 비로소 우리 나름의 사유의 틀을 만들려는 노력으로 발전했다.
본격적인 자생담론 찾기는 이제 막 출발했다. 대안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듬더듬 길을 떠난 철학자들은 전통사상의 복원과 현대화, 서구식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 남북한의 대립을 넘어서는 통일철학등 몇 가지 방향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철학은 벽에 부닥쳤다」는 지적에 대해 홍윤기(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특별연구원)는 『철학의 위기가 아니라 철학자의 위기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할 일이 많은데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사상연구소가 지난 해부터 진행중인 「이 땅에서 철학하기-21세기를 위한 대안적 사상 모색」 프로젝트는 주목할만 하다. 서양철학 전공자를 중심으로 한국학, 동양철학자등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까지 10차례 월례 세미나를 한 데 이어 3월20일 서강대에서 1차 학술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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