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경 조각전] 급박한 세상, 잠시 숨고르기
1999/02/06(토) 18:53
급변하는 세상에 맞서는 법은 두가지.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거나 아니면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다. 21일까지 금호미술관(02_720_5114)에서 선보이는 여성작가 배형경(44)씨의 조각전에는 급한 세상에 한 숨을 고르게 만드는 작품들이 나왔다. 성의 구분이 모호한 인간 군상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바닥을 응시한다. 「바라본다」는 제목의 조각작품은 삶과 죽음, 소란과 적막 사이에 선 이 시대 인간의 또다른 진실이다. 불상을 연상시키는 좌상 조각 연작 「생각한다」는 108나한을 닮은 듯 명상적 느낌이 강하다.
배씨의 작품은 흙물을 입힌 석고붕대 캐스팅으로 만들어졌다. 내세울 것 없는 이 시대 군상을 표현하기에 견고한 청동, 너무 경박한 종이 보다는 적당히 부서지는 느낌의 석고붕대가 제맛을 낸다는 설명이다. 투박한 마티에르 표면과 주제의 형상이 작가의 의식과 잘 맞아떨어진다. 서울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의 세번째 개인전. 박은주기자 jup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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