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부활] '나환자 대부' 이경재 신부님
1999/02/06(토) 18:55
지난 해 5월 선종(善終)한 이경재(李庚宰·1926~1998)천주교 신부. 30여년 경기 의왕 나환자요양소 성라자로마을 원장으로 나병 치료·퇴치에 헌신한 그의 삶이 단행본 「이경재 신부님」(소금물 발행, 8,000원)으로 되살아났다.
『…확신이 있었지요. 김수환 추기경님께 미국 켄터기 겟세마니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편지를 썼습니다. 성스러운 곳에서 편지를 쓰면 예수님께서 소망을 들어 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이지요』(「이경재 신부님」중에서) 50년대 중반부터 서울대교구 연락책임 신부로 미국에 10여년간 머물던 그는 52년 초대원장을 지낸 성라자로마을로 돌아가고 싶었다. 귀환은 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성라자로마을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그는 빈털털이였기 때문. 그러나 소원은 이루어졌다. 70년 원장으로 다시 부임해 98년 타계 때까지 나환자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
「국제 거지」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며 운영기금 모금에 나섰던 일, 76년 나환자 돕기 자선음악회 「그대가 있음에」를 처음 시작하던 일,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로마 유학을 권했던 일….
성라자로마을 돕기회 운영위원으로 20여년 이신부를 지켜본 드라마 작가 곽인행씨가 그의 공적 사적 삶의 편린을 담았다. 병상의 이신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책은 계획보다 8개월 뒤에야 나와 독자에게 「가신 분」의 삶을 증거하게 됐다. 곽씨는 이 신부의 갑작스런 선종으로 집필을 잠시 중단했었다. 곽씨는 『병상의 이 신부님은 찾아뵐 때마다 「이건 기록으로 꼭 남겨야 돼」라며 메모를 건네주곤 했다』고 추억했다. 이 신부는 51년 서울 가톨릭대 졸업과 함께 신부 서품을 받았으며 선종 뒤 국민훈장 무궁화장에 추서됐다. 현재 성라자로마을은 김화태(金華泰)원장신부가 이끌고 있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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