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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공무원의 과로사] 퇴출발령후 끝내 숨거둬

입력
199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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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공무원의 과로사] 퇴출발령후 끝내 숨거둬

1999/02/05(금) 17:49

평생을 일만하며 가난하게 살아온 공무원이 퇴출압력 속에서 과로로 숨졌다. 서울시청 6급공무원 문지규(文智奎·50)씨는 4일 오후9시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자신의 집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다 노부모앞에서 힘없이 쓰러진뒤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근처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다 말고 달려온 부인 천영란(千英蘭·45)씨는 『이렇게 가고말걸 그렇게 무리를 하다니…』라며 목놓아 울었다.

문씨는 지난해 공무원봉급 10%삭감 방침이 시행되면서 5개월여동안 새벽3시30분에 일어나 신문을 배달했다. 30만원이나 되는 둘째아들 일관(日觀·18)의 학원비라도 벌어볼 생각이었다. 젊은 시절 10여년동안의 군대생활로 몸이 단련되었던 문씨였지만 최근 몇달사이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구조조정으로 지난 연말 「폐기물전저리기술연구 프로젝트팀」이라는 사실상의 퇴출대기팀에 발령난뒤 밤늦도록 공인중개사학원을 다니느라 피로가 더욱 가중됐다.

문씨는 공군상사로 예편한 76년 9급시험에 합격, 서울 서대문구청 천연동사무소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대문구청과 서울시청에서 23년을 일했지만 마을버스도 안다니는 천연동 산동네를 떠날 수가 없었다. 부인 천씨는 『곁눈질하며 잇속챙기는 공무원들을 숱하게 보아왔지만 우리 남편만은 노부모님을 모신 산동네 생활에 만족하며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문씨가 일흔이 넘은 노부모, 아들 2명과 사는 집은 방2칸에 지하방이 딸린 무허가 판자집. 2년전만 해도 인근에 3,000만원짜리 전세집에 살았으나 잘못선 빚보증때문에 이 집으로 옮겨왔다.

5일 강북삼성병원 영안실에서 아들 일관군은 『몇억원씩 뇌물을 받는 공무원들도 많은데 왜 우리 아빠같은 정직한 분이 퇴출대상이 돼 돌아가셔야 하느나』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병률기자 bryu@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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