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진단] 전통공연 관광상품화
1999/02/05(금) 17:57
전통공연의 관광상품화는 가능한가. 문화관광부는 최근 관광진흥 5개년 계획으로 발표한 「관광비전 21」에서 관광상품 1호로 역사·문화자원의 관광상품화를 꼽았다. 고궁등 문화유산, 전통공연, 문화축제를 활용하자는 것인데 상품화할 전통공연이 무엇이냐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대중화한 사물놀이나 부채춤, 판소리를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관광상품화를 겨냥해 국립극장에서 신설한 수·토 상설전통공연은 전략적 혼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수요일은 국립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등 전속단체의 프로그램이, 토요일은 여성국극예술협회의 국극(사랑의 연가)이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창극단이 있는데 유사장르 외부단체를 초빙한다는 점과 상설공연으로 인해 소극장에서 연극 창극의 장기공연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들어 전속단체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마케팅전략의 부재. 종전 공연과 다른 점이라면 영어자막 정도고 관광객보다는 학생단체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여성국극예술협회 관계자는 『수익보다는 여성국극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데 의미를 둔다』고 밝혀 국극의 보존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하고 관광상품화와는 거리를 두었다.
여성국극 상설공연은 여성국극 50주년을 맞아 전통장르 보존·지원 차원에서 과 문화관광부가 기획한 것. 이 경우 관광상품화와는 구분돼야 함을 간과한 셈이다. 전통 중에서도 상업성은 떨어지나 원형을 지켜야 하는 고전장르에는보존·지원책을, 비교적 대중성이 확보된 민속장르는 상품화하는 이원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고전장르 역시 안목이 높은 관광객을 위한 고급 문화상품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공연특집을 꾸민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는 작품섭외를 위해 내한했다가 『쇼처럼 현대화한 전통공연의 변형물이 아닌, 고전의 정수를 유럽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정악 궁중무용등 가장 고전적인 공연단체를 보유하고 있는 국악원이나 인간문화재의 공연은 내·외국인 관객을 구분해 고급상품의 이미지를 세우는 것이 한 방법이다.
전통상설공연장마다 마케팅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 서울에서 전통상설공연이 열리는 곳은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정동극장, 운현궁, 서울놀이마당, 남산 한옥마을등이다. 이중 정동극장은 호텔 여행사 사우나 공항 택시회사등과 연계를 맺고 입장권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우리문화안내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상설공연을 시작한 국립극장은 전속단체가 상존해 공연제작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외국관광객에 대한 홍보·마케팅은 뒤떨어져 있다. 극장 관계자는 『올해는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상품마련, 호텔에서 홍보와 셔틀버스 운행등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국립극장이 두 곳있는데 구국립극장은 가부키 전용공연장으로, 신국립극장은 오페라등 클래식공연장으로 활용해서 관객에게 분명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반면 우리는 공연장마다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 일본처럼 새로운 공연장을 세울 수도 없는 처지라면 적은 인력과 재원으로 문화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상품화할 것인가를 더욱 연구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kr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립극장의 전통상설공연. 전통공연예술은 외국인을 위한 관광상품의 자원이자 문화정체성을 보존하는 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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