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와 장외집회
1999/02/05(금) 17:32
한나라당은 내주중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하면서 정부실정규탄을 위한 장외집회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소집을 주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장외정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명분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맞지 않는다. 국회는 일을 하기 위해 열리는 것인데, 일을 하자면서 장외에서 군중집회를 갖겠다는 것은 그 진의가 딴데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소집 이유로 몇가지 현안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는 소위 「세풍」사건의 서상목의원 구속방지를 위한 「방탄국회」임이 분명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국회소집의 법적요건을 갖춘 다수당이라 하더라도 당략적 동기가 분명히 드러나는 이상 그것은 부도덕한 권한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검찰개혁, 빅딜의 부작용, 한일 어업협정 등을 시급한 현안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의제설정과 문제의식만큼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검찰문제로 나라가 들썩하고 지역갈등까지 심화시키는 악재들이 도처에 깔려있는 게 현 시국이다.
그러나 시국을 진정시키고 민심을 어루만지려는 충정이 정말로 있다면 한나라당의 선택이 이래서는 안된다.
이와 유사한 한나라당의 일방적 국회소집은 이번이 5번째다. 소집이 되자마자 기능이 마비되는 이상한 국회를 우리는 지난 1년동안 지겹도록 겪었다. 이번 국회 역시 그 전도가 뻔하다. 야당이 지역별 장외집회를 강행하면서 소집하는 국회에 여당이 응할리가 없으리라는 점은 야당자신도 잘 알 것이다.
1년여간 계속돼온 정치불안이 집권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장외로 뛰쳐 나가기까지에는 그만한 원인이 분명히 있었다. 그로인해 빚어진 지역갈등 논란도 여권에 원천적 사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야당이라 해도, 그리고 그 행위에 어떤 인과관계적 이유가 있다해도, 언제나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명분과 대의이다. 야당이 국민의 지지를 잃지 않으려면 이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방탄국회에 따르는 비판에 대해 한나라당안에는 『검찰이 편파수사를 하기 때문에 소속의원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풍사건을 두고 공공연히 이런 소리를 할 수는 없다. 야당엔 언제나 여당의 잘못이 가져다 주는 반사이익이 있다. 이는 야당의 프리미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야당의 프리미엄을 무조건 허용하지는 않는 냉정한 안목을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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