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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대총장 빗나간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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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대총장 빗나간 부정

입력
199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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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울대총장 빗나간 부정

1999/02/05(금) 18:14

지난해 총장후보로 나섰을때부터 문제됐던 이기준(李基俊·61)서울대총장의 장남(32) 병역문제가 여전히 내연(內燃)하고 있다. 이 문제가 일단락되지않는 이유는 이총장의 납득하기 힘든 태도때문이다.

이총장의 장남은 지난해 병역기피의혹이 제기되자 『입대하겠다』며 급거 귀국했다가 아버지의 총장취임직후인 11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중국적을 갖고있는 그는 치르지도 않은 자격증 시험을 명목으로 병역연기신청을 한뒤 미국여권을 공항에 제시하는 편법으로 출국했다.

이에 대해 학내외에서 끊임없이 도덕적 비판이 제기되자 이총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 내용은 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이총장은 우선 『30줄에 접어든 장성한 아들에게 아버지를 위해 입대할 것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미국여권이 있는데 굳이 출국신고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아들은 국내에 오래 머무르면 영장이 나올 수 있기때문에 지금껏 3~6개월마다 미국을 왔다갔다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왔다』며 『병역문제에 관한 우리사회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연한 기자들이 『결과적으로 총장이 취임전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고 거듭 묻자 이총장은 『내가 총장이 아니라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텐데 안타깝다』며 『아들이 이달말께 귀국, 입대한다고 하니 더 이상 문제삼지 말자』고 말을 끊었다. 이총장은 끝으로 자못 숙연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잘못 둔 바람에 (군에 가게된) 아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지극한 「부정」을 표시했다.

한국 최고지성을 대표하는 서울대총장은 학문적 깊이 뿐아니라 인품까지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이다. 더구나 그는 취임하면서 「인성(人性)」교육을 최우선목표로 제시했었다. 지난 대선에서 그 난리를 치르고도 우리사회 일부 지도층의 도덕적 풍토는 별로 나아진 것 같지않다.

이동준사회부기자 dj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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