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교체 의미] 정계개편.YS화해 '다목적 카드'
1999/02/06(토) 07:24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5일 청와대 정무수석을 전격 교체한 것은 정국운영방식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특히 김정길(金正吉)수석의 발탁은 김대통령이 강조해온 「동서화합형 정치지도(地圖)」구상에 한층 힘이 실릴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김대통령이 보다 분명하게 스스로의 자세를「동쪽」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를 해석하는 관건은 김정무수석과 이강래(李康來)전임수석의 대조적인 스타일이다. 전임자가 전북 출신인데 비해 김수석은 거제출신이다. 김수석은 민한당 및 통일민주당을 거치면서 민주계 및 PK인사들과 각별한 인연을 쌓았을 뿐아니라, 3당합당 합류를 거부해 정치적인 결별은 했지만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도 「애증」의 관계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수석을 상도동과의 관계복원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김대통령의 속뜻도 읽을 수있다. 요컨대 김대통령은 김수석을 기용함으로써 영남을 향해 또 하나의 통로를 만들었으며 앞으로 「TK_김중권, PK_김정길」이라는 두 채널을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김수석이 원내총무와 재선의원을 거친 중진급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이전수석이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읽는 측근 중의 측근이기는 하지만, 의정경험이 없다는 「무게」의 문제때문에 당정관계 그리고 대야관계에서 적잖은 한계를 느껴왔다. 「김수석 카드」는 국민회의, 또는 야당의 중진들과 대화의 통로를 활성화하고, 접촉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담은 셈이다.
이같은 점들로 미뤄볼때 김수석은 전임자에 비해 보다 많은 재량권과 넓은 활동영역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김대통령은 「화합형」참모로 분류되는 김수석에게 여야관계의 복원과 막혔던 대화를 뚫는 일을 우선적 임무로 부여할 듯싶다.
아울러 이전수석에 대해서는 구로을 재선거 공천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김대통령이 변함없는 신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을 당에 전진배치시킴으로서 당정간에 일체감을 더하게 하겠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김대통령은 후임 행자부장관으로 같은 PK출신인 김기재(金杞載)전의원을 임명함으로써 지역안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또 김수석은 차관급 보직에 임명됨으로써,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강봉균(康奉均)경제수석에 이어 또한번의 「직급파괴」사례로 기록됐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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