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김민기 청소년뮤지컬 `모스키토' 4월공연 준비
1999/02/04(목) 17:58
김민기씨는 요즘 만화와 PC게임에 빠져 있다. 중·고교생들도 자주 만난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못 알아 들어 완전히 「사오정」취급이다. 아이들도 김씨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이름만 듣고선 드럼 치는 김민기, 또는 야구선수 김민기로 안다. 30여년의 나이차이가 빚은 결과다. 김씨는 정당법 정치자금법등 법률공부도 한창이다. 『청소년당을 만들어 전국에 입후보시키려니 할 일이 많다』.
김씨는 독일 원작 청소년뮤지컬 「모스키토」를 우리 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권다툼 속에 선거권·피선거권을 갖게 된 청소년들이 아예 당을 만들어 정치에 뛰어드는 내용이다. 김씨가 대표인 극단 학전의 대표작 「지하철 1호선」처럼 완전 한국판으로 번안 편곡 연출해 4월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김씨는 아는 교사들의 소개로 세화여중 배명고 수도전기공고등의 학생들을 만났다. 한 학생은 처음 김씨를 만나 『나이가 몇이냐』고 묻고 마흔아홉이라는 대답에 고개를 흔들었다. 『좀 힘드실 걸요. 젊은 연출가를 찾아보시죠』. 짱 1진 2진 양아치같은 은어, 사이코 에이즈등 교사의 별명을 일일이 수첩에 적는 김씨를 보면서 아이들은 사뭇 딱해 하는 눈치였다.
김씨는 『내가 이제야 운동권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도통 이해되지 않는 PC게임 「스타크래프트」야 초등학교 6년생인 아들에게 배우면 된다 치지만 아이들에게 뿌리박힌 「기성에 대한 부정」은 어른들 책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차라리 자퇴하고 학원을 다니겠다』는 청소년들에게서 김씨는 입시위주 교육의 극단적 폐해를 본다. 김씨도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대학교육이 답답해 자퇴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을 보며 더욱 안타까운 것은「상상의 한계」다. 『부정하는 논리도 없고 기껏 꿈이라고 펼치는 게 백댄서나 그룹같은 연예계뿐』이라는 것이다.
「모스키토」는 지난 해 원작에 충실하게 공연했었다. 이번엔 주인공이 젊은 열정과 정의감에 불타서가 아니라 내신성적 잘 받아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 입후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실제 올 고1년생부터는 내신만으로 대학입시를 치르게 된다. 청소년당의 지지율이 높아지는 이유도 10대층에 익숙한 PC통신이라는 선거운동수단과 학부모들의 내신기대 때문으로 그려진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기성정당 3당이 교육재개혁법을 만들어 수능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끝난다. 신문기사와 아이들로부터 얻은 말들이 컴퓨터에 빼곡히 실려 노랫말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대본 손질은 청소년들에게 넘길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생각은 없어요. 기성세대도 그들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kr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