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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사용, 엄하게 다스려야

입력
1999.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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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사용, 엄하게 다스려야

1999/02/04(목) 18:47

경찰이 형사 피의자들에게 족쇄를 채웠다는 보도는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한다.

유죄가 확정된 죄인이라 해도 그런 인격모독은 상상도 못할 일이거늘, 어린 여중생들에게까지 족쇄를 채웠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함양경찰서는 지난해 4월 탈옥수 신창원 검거에 대비해 자체예산으로 미국산 족쇄 19개를 사들여 그동안 105명에게 이를 사용했으며, 이중에는 여중생 2명을 포함, 여성 피의자 5명도 들어있다고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이 밝혔다.

탈옥수가 잡혔을 때에 대비한 것이라 해도 그렇게 많은 족쇄가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 하물며 도주나 반항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사용한 것은 무슨 말로 변명할 것인가.

지방유지인 군 의회 의원도 족쇄 피해자라니 서민들이 이 경찰서에서 어떤 처우를 받았을지 짐작이 간다.

족쇄 사용은 분명한 불법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범인의 체포나 도주 방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장구로 수갑 포승 경찰봉 등을 적시하고 있을 뿐인데, 함양경찰서는 무슨 대역죄인이라고 수갑 채우고 포승으로 묶은 뒤 족쇄까지 채웠다.

지난달 하순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때 경찰은 허용되지 않은 장구의 사용은 인권유린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즉시 사용중지를 지시했으나 관련자 문책 등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한나라당이 진상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문제를 삼자 마지못해 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했다.

족쇄를 채우는 것은 옛날에도 옥중오고(獄中五苦)중 제일 고통이 심한 형벌로 꼽혔을 만큼 반인륜적인 폭력이다.

일제시대 징용을 당한 동포들이 토목공사장에서 족쇄를 차고 강제노동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민족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탈북자들을 붙잡아 족쇄를 채워 압송하는 사실이 확인돼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됐었다.

이 기회에 우리는 수사기관이나 교정시설의 인권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다. 진주와 산청경찰서도 족쇄를 비치하고 있다고 한다.

두 경찰서는 족쇄를 사용한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런 기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심받을 일이다.

한 시민단체가 최근 교도소 출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교도소에서 폭행을 당한 사람이 32%였는데, 이중 21%는 족쇄나 수갑을 찬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

감시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는 아직 기본권이 짓밟히는 사례가 많다는 증거다. 해당 기관장과 관계자는 물론 감독청 책임자들은 사소한 사례라도 인권유린 행위가 없는지 큰 눈으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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