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출신 할머니들] "올 설엔 문할머니 모셔야죠"
1999/02/04(목) 17:50
중국판 「훈 할머니」 문명금(文明今·82)씨(본보 98년4월13일자 보도)의 64년만의 귀국을 돕기위해 국내 일본군 위안부할머니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문할머니는 64년전인 1935년 일본군 군대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지난해 4월 본보의 주선으로 국내 혈육을 찾았으나 가족들마저 가정형편이 어려워 귀국을 미뤄왔다.
그러던중 「죽기전에 한번이라도 고국땅을 밟고 싶다」는 문할머니의 애틋한 바람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인 경기 광주군 「나눔의 집」에 전해졌다.
원장인 혜진(慧眞)스님과 이곳에 기거하는 일곱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 성묘라도 할 수 있도록 설날전에 초청키로 결정했다. 할머니들은 궁리끝에 5일부터 사흘동안 일일찻집을 열어 직접 차를 나르고 손님들을 맞아 문할머니의 귀국비용을 마련하기로 했다.
꽃다운 나이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몹쓸 고통을 겪었던 이곳 할머니들은 대부분 건강이 나빠진 상태. 김순덕(79)할머니는 지난달 심한 몸살감기로 열흘동안 병원에 입원했었고 김군자(75)할머니도 폐렴으로 병원신세를 져야했다. 그러나 김순덕할머니는 『그렇게 오고 싶어하면서 바보처럼 거기서 그냥 죽으면 어떡할라고. 우리가 돈이 없으니 몸으로라도 도와야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장소와 재료를 제공하겠다는 후원자도 선뜻 나섰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카페 「살마시 오소라」의 주인은 『문할머니의 국내 혈육마저도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이 계획한 모금액은 수속료와 항공료 등을 포함해 1,200여만원. 혜진스님도 후원금을 마련하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할머니의 영구귀국은 여러가지 절차때문에 아직 어렵지만 한달여정도 국내에 머물게 하면서 건강진단과 고향방문을 시켜드릴 예정이다.
문할머니의 국내 혈육들은 국내 위안부 할머니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최근 경비원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혼자 살고 있는 동생 문길호(文吉鎬·71)할아버지는 『지난해 중국에서 한번 뵙고 초청도 못해 누님께 죄송스럽기 그지없다』며 울먹였다.
문할머니는 18세이던 35년 경남 하동에서 일본군에 의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순우(孫吳)현 야오툰(腰屯)리 군대위안소로 끌려가 10년간 생활하다 전쟁이 끝난후 돌아오지 못해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현재 위안소 인근 경로당에서 생활하고 있는 문할머니의 생존사실은 지난해 4월 이곳을 방문한 한국정신대연구소와 「나눔의 집」에 의해 확인됐다.
유병률기자 bryu@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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