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정치회담] 북한손짓에 "분위기 만들어 보자"
1999/02/04(목) 18:32
정부가 4일 북한의 고위급정치회담 제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무엇보다 대화 분위기 조성을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측의 이번 제의가 여전히 전제조건을 내거는등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가능한 북측 진의를 좀 더 타진해 가면서 서로의 입장을 접목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겠다는 게 정부측 복안인 것 같다.
정부당국은 북측이 종전태도를 바꿔 당국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회담시기를 하반기로 잡은 것은 우리의 상호주의 원칙을 교묘히 역이용하겠다는 전술적 고려를 깔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연해진 상호주의의 틈새를 활용, 상반기중 우선 비료를 지원받은 뒤 회담을 시작하겠다는 게 북측 의도라는 것이다. 북측이 우리측에 보낸 편지에서 비료회담에 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상반기중 당국회담 없이, 또는 적십자회담등 비당국간회담을 통해 조건없이 비료를 넘겨받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이와는 별개로 북측이 비료지원회담에 관한 입장을 조만간 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측이 예년보다 일찍 「정당 단체 연합회의」를 열어 당국회담을 제의한 것처럼 경제난 해결의 관건인 비료회담에 대한 입장도 파종기이전에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면서 신중하게 우리의 대응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료지원에는 북측 당국의 요청이 선행돼야 한다」는 정부입장의 수정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국고에서 지출되는 비료를 지원할 경우 협상주체는 반드시 당국이어야 한다는 우리측 입장이 과연 유연해 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아울러 비료지원회담을 위한 비공개적 실무접촉을 신중히 모색해온 정부가 북측의 제의에 발맞춰 대북 실무접촉을 공개적으로 제안할지 여부도 정책결정과정의 고민거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수정은 적어도 비료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가시화할 때까지 그 윤곽을 드러내진 않을 것 같다. 정부당국자는 『북한이 3일 보내온 편지는 당국간 대화 성사를 위한 1라운드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당국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보다는 대화분위기를 조성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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