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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세리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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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세리 충격'

입력
1999.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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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세리 충격'

1999/02/04(목) 17:37

『암울했던 지난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박세리가 이렇게 배신할수 있나』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그가 나온 광고도 다신 안보겠다』…

박세리(22)의 귀화 돌출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4일 화급히 『어눌한 영어 실력 때문에 생긴 오해』라며 진화에 나선 박세리 본인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독자들과 PC통신 동호인들의 가시돋힌 비난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박세리에 쏠려있던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의 정도가 그만큼 깊고 진했음의 반증이다. 새벽잠도 마다한 채 TV를 보며 성원을 보낸 국내팬들로서는 화가 치밀만 하다. 배은망덕하고 허탈하기까지 하다.

현시점에서 귀화 발언이 인터뷰기자의 곡해인지, 어눌한 언어때문인지 진위를 가리긴 힘들다. 하지만 한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 보자. 박세리 본인의 말대로 「해석상의 오해」라 하더라도 왜 그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을 했을까. 사실 자유와 평등을 표방하는 미국이지만 미국 여자프로골퍼협회(LPGA)투어에는 분명히 텃세가 있다. 스웨덴 출신인 아니카 소렌스탐도 데뷔 첫해엔 소위 「왕따」를 피하기 위해 티잉그라운드의 어드레스 자세에서 시간을 끌지않고 곧바로 샷을 날렸다. 세계 톱프로인 박세리가 미국과 유럽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솔하임컵에 못나가는것도 이런 강자의 논리에서 나온다.

이번 최대 피해자는 박세리 본인이다. 과정이 어떻든 그는 공인의 위치를 자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팬들도 『미국땅에서 한국인도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강한 척하며 운동했다』고 울먹였던 박세리를 한번쯤 너그러이 감싸주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럴때 비로소 「한국의 박세리」는 텃세를 딛고「세계의 박세리」로 당당히 커 갈수 있다. 지나친 구속도, 무심한 방임도 아닌, 애정어린 관심과 여유가 필요한 때다.

송영웅기자 heros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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