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해외주재원] '수출위해 목숨 건다'
1999/02/04(목) 15:45
「1건의 수출을 위해 목숨을 건다」 종합상사의 해외주재원들은 사막이나 밀림 전쟁터를 가리지 않고 상품을 살 고객만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는 수출의 첨병이다.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에 난로를 수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뛰는 것이 상사맨들의 생활이다.
3일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괴한의 총을 맞고 숨진 권용구(權容九)사장도 30년 가까이 미국 파나마 스웨덴 등 세계각지를 돌며 한국상품을 세일해 온 정통 상사맨이었다.
상사원들은 75년 종합상사 탄생과 함께 세계각지로 신경망처럼 퍼져나가 수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98년 현재 세계 180여개국 393개 해외지사에 960여명의 상사원이 파견돼 있고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 등 미개발지역 주재원도 170여명에 달한다.
수출전선에 나선 상사맨들은 황무지를 개간하는 개척민과 같다. 지사 사무소개설과 사업자등록 등 현지정부와의 관계, 거래선 개척, 수출상담까지 1인3역, 4역을 해내야 한다.
아프리카 지역에 파견됐던 한 상사맨은 『수출상담을 위해 며칠 걸리는 먼거리를 가이드도 없이 찾아갔고 역겨움을 참고 토산음식을 함께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출성사를 위해서는 영어는 기본이고 아프리카 현지어까지 익혀야 했다.
생명의 위협은 오지에 파견된 상사맨들의 공통된 불안이다. 3일 숨진 권사장도 평소 동료들에게 『밤마다 총소리가 나 신변에 불안을 느낀다』고 말해왔다.
지난해 말 바그다드지사장에 취임한 ㈜대우 여석구(呂碩九)차장은 지사재건과 신규비즈니스 개척을 위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습을 뚫고 홀홀단신 바그다드에 들어가기도 했다.
가족문제도 상사맨들의 고충이다. 가족을 동반해 해외로 떠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험지역이나 오지의 경우 생활불편과 자녀교육 등 문제로 인해 혼자 외로움을 견디는 경우가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환율상승과 주재비 삭감으로 인한 생활고도 상당하다.
그러나 상사맨들은 수출을 먹고 산다. 한 종합상사 임원은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알제리에 들어가 바이어와 수출상담을 성사시켰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도전정신을 갖고 1달러의 수출을 위해 항상 새로운 나라와 바이어를 찾아 다니는 것이 진정한 상사맨』이라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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