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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날 살려줘, 그래야 영화가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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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날 살려줘, 그래야 영화가 되잖아"

입력
1999.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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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Classic] "날 살려줘, 그래야 영화가 되잖아"

1999/02/04(목) 18:50

 - 칸영화제 특별상 '눈오는 날의 왈츠'

강간범으로 몰려 8년의 옥살이를 하고, 쓰레기감독으로 낙인찍혔던 러시아의 비탈리 카네프스키(64)감독. 그러나 55세에 남이 쓰다남은 흑백필름을 모아 만든 데뷔작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꺼야」(90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베리아의 작은 탄광촌 스촨이라는 마을에 사는 소년 발레르카. 그는 다름아닌 감독의 유년이다. 카네프스키감독은 가난과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스탈린시대의 황폐하고 추운 절망의 시간들을 러시아 사실주의 미학과 쓸쓸한 풍자로 담은 3부작을 잇딸아 내놓았다.

「눈오는 날의 왈츠」(92년)는 그 두번째 작품.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꺼야」에서 마을로 돌아온 소년 발레르카(파벨 나자로프)의 다음 이야기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발레르카.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극동의 겨울속에서 그는 사랑에 눈을 뜨고, 세상에 반항한다.

전편에서 살인범의 총에 죽은 여자 친구 갈리아의 여동생 발카(디나라 드루카로바)와 벌이는 풋사랑. 그 사이로 드러나는 현실은 추위만큼 혹독하고 끔찍하고 우울하다.

무자비한 돼지도살, 창녀인 어머니의 원시적 낙태와 훈련원 원장의 소녀 강간, 얼음 흙탕물에 빠진 주정뱅이, 강가에서 애수에 젖어 고향을 그리는 일본인 포로 야마모토. 감독은 『내 영화에는 허구가 없다. 모든 사실들은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것.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했다.

영화는 「얼지마…」의 공간을 다시 찾는다. 시간이 지나도 거기에는 여전히 『내 삶보다 더 소중한 조국』이라고 빈정대는 노래소리가 들리고, 레닌의 동상 밑으로 발가벗은 남자가 기어다닌다.

발레르카는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아무르강을 건넌다. 그의 끝없는 고향 탈출은 희망찾기이자 감독에게는 유년시절에 대한 망각의 몸부림이다. 그러나 희망은 언제나 고향에 있다.

그를 찾아온 발카와 헤어진 후 배에서 누가 자살했다는 무전기소리를 듣고 마지막 발레르카는 『죽지마』 『날 살려줘, 그래야 영화가 되잖아』라고 소리친다. 아직도 삶과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제4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 컬러필름이다. 지난해 9월에 개봉했던 전작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꺼야」를 못 본 사람을 위해 동숭씨네마텍에서 조조상영(6일부터 매일 오전11시)한다.

/이대현기자 leedh@hankookilbo.co.kr

【사진설명】 카네프스키감독은 '눈오는 날의 왈츠'에서 또 한번 "죽지마"라고 소리친다. 그래도 꿈과 희망을 포기할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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