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구민주계 제거 음모설' 사실이었나
1999/02/04(목) 18:00
97년초 한보사건 수사과정에서 제기됐던 「구민주계 세력 제거 음모설」은 과연 근거가 있을까. 4일 국회 경제청문회에 출석한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은 「음모설」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회의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이날 『당시 검찰이 정총회장에게 「야당 총재들과 민주계 최모의원에게 돈을 준 일이 있느냐」고 물으며 시인하면 아들(정보근·鄭譜根회장)을 살려주겠다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정전총회장은 『그런 적이 있다. 그러나 (야당총재들과 최모의원에게) 돈을 준 적은 없다고 했다』고 간략히 대답했다. 야당총재들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 최모의원은 신한국당 최형우(崔炯佑)의원을 각각 뜻한다.
이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민주계 실세였던 최의원의 비리를 굳이 캐내려했던 이유가 궁금증으로 남는다. 실마리는 97년 2월 한보 수사대상자로 거명됐던 민주계 김덕룡(金德龍)의원이 『돈을 받은 적이 없다. 누군가에 의한 장난이거나 음모가 있는 것 같다』고 「음모설」을 제기한데서 찾을 수 있다. 「음모」의 주체와 관련해서도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 세력, 구민주계를 견제하는 대선주자 세력등 갖가지 설들이 나돌았었다. 최의원은 그해 3월11일 뇌졸중으로 입원했으며, 그의 한보자금 수수혐의는 끝내 거론되지 않았다.
97년 3월에 수사책임자가 교체됐기 때문에 검찰이 언제 최의원 관련 진술을 받아내려 했는지도 「음모」의 진원지를 유추하는데 참고가 된다. 천의원은 『한보 주변 인물로부터 그같은 정보를 입수, 질문했다』며 『정보근회장이 3월28일 구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회유성 신문은 그 직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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