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읽는 정치이야기] 자민련 수뇌부들의 회의속 회의
1999/02/03(수) 18:45
자민련의 각종 간부회의는 항상 하루 두번씩 열린다. 박태준(朴泰俊)총재가 7층 총재실에서 주재하는 정식회의에 앞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5층의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실에 먼저 모여 자체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총재실로 올라간다. 또는 총재실회의가 끝난 뒤 김수석부총재 방에서 회의결과를 놓고 다시 한번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말부터 열리기 시작한 자민련 수뇌부들의 「회의속 회의」다. 김수석부총재실의 회의멤버로는 충청권 의원과 당직자들이 주류며 정상천(鄭相千) 이태섭(李台燮) 이택석(李澤錫)부총재 등도 자주 모습을 보인다. 2일 긴급총재단회의가 끝난 뒤에도 정부총재와 김용채(金鎔采)부총재, 이완구(李完九)대변인 등이 모였다.
김수석부총재의 한 측근은 『먼저 모이는 것은 총재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기실로 활용되는 것이며 회의 뒤에 모이는 것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정치적 의미를 경계했다. 그러나 실상은 당론결정을 둘러싸고 종종 노출되는 JP와 TJ와의 이견에 대한 편차조정 등이 이뤄지는게 보통이다. 선(先)회의에서는 그날 논의될 현안에 대한 수위조절을, 후(後)회의에서는 총재실서 못밝힌 속내를 꺼내놓으며 일부 의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JP직계들이 자체 의견을 결정하는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
박총재측은 당연히 이 회의에 대해 못마땅한 표정이다. 실제 지난달 29일 열렸던 연찬회에서 내각제 결의문 채택방침도 이 회의에서 결정됐지만 TJ가 제동을 걸어 취소됐다. 합당론을 언급한 한영수(韓英洙)부총재를 강하게 몰아세운 것도 이 회의에서 불이 붙어 총재실회의 안건으로 올라갔다. 내각제를 둘러싸고 JP와 TJ, 김수석부총재간의 미묘한 긴장기류가 형성되면서 시작된 당내 「회의속 회의」를 들여다 보면 당 지도부내의 복잡한 현주소를 짐작할 수 있다. /염영남기자 ynyeo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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