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다시온다면] 많은 친구와 다양한 체험을
1999/02/03(수) 18:42
이 달만 지나면 새 학년이 시작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입학하는 청소년들도 많다. 상급학교생활을 잘 하려면 마지막 남은 이 여유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여러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다양하게 체험하고 많은 친구를 사귀어라」. 10~20여년 전 학창시절을 마감한 30~40대 인생선배들이 청소년들에게 흔히 던지는 충고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지나고 보면 청소년기의 경험과 교우관계가 가장 소중한 재산이면서 동시에 아쉬웠던 부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명사들이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가장 해보고 싶다고 꼽은 일은 여행과 독서, 체육과 레크리에이션활동이었다.
소설가 박상우(41)씨는 『개인적으로 술과 담배를 배우게 되고 빠져들게 된 것도 학생때 취미활동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갖가지 인생을 소개해야 하는 소설가로서 그런 경험을 제대로 못한 게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교선(35·사시30회)변호사는 『모든 사건을 대할 때마다 법학지식 외에 인간관계를 다룬 사회학 철학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때나 대학 1학년때만이라도 폭넓은 독서나 여행으로 직·간접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다닐 때는 뭐니뭐니 해도 교우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MBC PD 주철환(44)씨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군대에 가서 알게 됐을 정도로 교우의 폭이 좁았다』며 『공부 못하는 친구, 결손가정의 친구, 장애인친구와도 좀 더 친하게 지냈더라면 인생을 폭넓게 이해하고 상상력 설득력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출판인 최청수(40·자작나무출판사 대표)씨도 『인생의 고비 때나 사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학생시절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한 것이 무척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발전적인 아이디어를 짜내고 남보다 앞선 생각을 하려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경험과 도전을 해볼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가 전하진(41·한글과컴퓨터 경영담당사장)씨는 대학시절 그룹사운드멤버로 활동했던 경험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전씨는 인하대 그룹사운드「인디키」베이스기타 멤버로 활동하며 서울 문화체육관에서 리사이틀까지 열었던 경험이 이후의 인생항로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공대생이 대중음악에 심취한 것도 의외이지만 집회를 통제하던 시절에 총장을 찾아가 사정한 끝에 허락을 받아내고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의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고 한다. 전씨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훈련을 하면서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가능한한 많은 체험을 해두라』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전공이나 직업과 전혀 다른 특기와 취미를 가져라」(김창규 연이산부인과의원장), 「좋아하는 것과 소질있는 분야가 다를 땐 좋아하는 것을 택하라」(한국화가 사석원씨)는 조언도 귀담아 들을만 하다.
/최진환기자 cho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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