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네이밍] 상품명 숨은뜻 아세요
1999/02/03(수) 16:54
「적을 쓰러트려라」, 「백문이 불여일견」, 「전자프린터의 아들」
정보통신업체들이 내놓은 상품명 뒤에 숨겨진 뜻이다. 정보통신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품명 하나를 지어도 대충 짓지 않는다. 경쟁사 제품을 꺾고 자사 제품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주기 위해 부적처럼 은밀한 뜻을 상품명 뒤에 숨겨놓는다.
컴퓨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드는 AMD사는 경쟁업체인 인텔사의 펜티엄칩에 대항하기 위한 「K-6」칩을 지난해 내놓았다.
K-6라는 상표명에는 경쟁업체가 쓰러지라는 무서운 주문이 걸려 있다. 상표에 등장하는 K는 영화 「슈퍼맨」에 나오는 가상의 원소 크렙토나이트의 첫 글자에서 유래했다. 이 원소는 슈퍼맨의 힘을 빼앗는 유일한 천적. AMD는 세계 반도체시장을 좌우하는 인텔을 슈퍼맨으로 설정하고 이같은 이름을 지었다.
비지오사의 그래픽분석용 소프트웨어인 「비지오(VISIO)」는 각종 수치, 자료를 입력하면 분석결과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으로 바꿔주는 제품으로 기업체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 제품은 상품명 자체가 제품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상품명인 비지오는 백문이 불여일견, 「당신의 사업을 한 눈에 보라(visualize your business)」는 말을 줄여 놓은 것.
휴렛팩커드, 캐논과 더불어 세계 잉크젯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엡슨(EPSON). 이 업체는 처음 프린터사업에 뛰어들면서 세계 표준 가운데 하나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전자프린터의 아들(son of electronic printer)」을 줄여 회사명을 지었다.
이름 덕분인지 몰라도 이 업체는 잉크젯 프린터의 독자적인 기술인 마하방식을 개발, 세계 3대 프린터 표준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다.
이 밖에 아이작 아시모프의 「나는 로봇」이라는 공상과학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이름을 지은 모뎀제조업체인 유에스로보틱스(US robotics), 인류에게 무지개빛 미래를 가져다 주겠다는 뜻에서 그리스 신화의 무지개신 이리스의 이름을 딴 위성통신업체 이리듐(IRIDUIM) 등도 이름에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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