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과 직장문화
1999/02/03(수) 18:15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 「성(性)희롱」이 자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노동부가 직장내 성희롱 예방지침에 대한 공청회를 연 후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성희롱에 해당되느냐에 대한 찬반론이 엇갈리기도 한다.
각 직장의 연수 프로그램에도 성희롱 예방교육이 단골로 등장하고, 이 문제를 상담하는 여성담당관을 두는 직장도 늘고 있다.
노동부는 오는 10일께 성희롱의 성립요건과 사업주의 예방의무,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 등이 명시된 최종안을 확정, 시행할 예정이다.
노동부의 성희롱 예방 노력은 뒤늦게나마 직장내 성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조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남성우위의 문화에 젖어있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을 동료로서 확실하게 인식하고 남녀가 동등하게 일하는 직장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부는 2일 논란을 빚던 「특정 신체부위를 음란한 눈빛으로 반복해서 쳐다보는 행위는 직장내 성희롱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예방지침을 수정했으나, 여성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음란한 눈빛」에 대한 객관적 입증이 어렵고, 직장 내 이성동료간의 분위기를 지나치게 경직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추파를 던지는 행위」까지 성희롱에 포함시키는 외국의 예를 들며 삭제에 반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근로현장에서 많은 여성이 성희롱의 피해를 입어 왔고, 남성은 자신의 가해 사실을 전혀 의식 못하거나 가볍게 여겨 왔다는 점이다.
2일 울산의 한 회사에서 여직원을 성희롱한 작업반장이 50일간의 정직처분을 받았다.
그는 지난 연말 회식 때 20대 여직원의 몸을 더듬으며 성적 농담을 걸었는데, 여직원은 그에게서 비슷한 희롱을 당했던 다른 여직원과 함께 회사에 그를 처벌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를 해고키로 했지만 다른 반장들이 『직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을 두고 해고까지는 부당하다』고 반발하자 정직처분으로 마무리했다.
『직장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야말로 성희롱 예방지침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부분이며, 그것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자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이런 풍조를 뿌리뽑아야 하지만, 성희롱의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면 직장내 여러 회식등에서 여사원이 아예 소외되거나 채용 자체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성희롱 예방지침을 먼저 시행한 일본에서는 일부 회사들이 성희롱 분쟁을 피하기 위해 여성고용을 피하는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성희롱 예방을 위해서는 남녀 동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성숙한 직장문화를 정립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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