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파동] 검찰 만족.자괴감 엇갈린 반응
1999/02/03(수) 18:22
『할 말은 충분히 한 만큼 이제 기다려보자』 『하룻만에 굴복할 일을 왜 시작했나』
전국 차장·수석검사 회의로 검찰은 외견상 「연판장 파동」을 봉합한 듯했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회의결과를 둘러싼 엇갈린 의견이 표출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 수뇌부는 각 청별로 긴급회의를 소집, 검사들을 다독거리며 「끌어안기」에 나섰고 이날 오전 회의결과를 전달받은 검사들은 허탈함과 기대감 등 각기 분분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전날 회의에서 평검사들이 제기했던 검찰 중립화방안, 인사제도 개선책,수뇌부 책임론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평검사들의 「당돌한」 문제제기를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고 곧이어 검사들의 동요를 막기위한 대책이 논의됐다. 비슷한 시각 서울지검을 비롯한 전국 각 지검·지청도 평검사회의와 전체검사회의를 잇따라 여는등 「단결된 검찰 보여주기」에 나섰다.
일선 검사들은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듯 명상에 잠기는가 하면 삼삼오오 모여 회의결과에 대한 격론을 주고받았다. 우선 이번 회의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표출됐다. 한 검사는 『수뇌부에게 평검사들의 의견이 최대한 전달된 만큼 충분한 성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어제 회의가 결론을 도출할 만한 자리가 아니었던 만큼 앞으로 수뇌부의 결단을 기대해 봐야 할 것』이라고 긍적정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다른 검사는 『어차피 수뇌부가 마련한 자리에서 무얼 기대할 수 있었겠느냐』며 『얻은 것은 없이 일선 검사들의 개혁움직임이 해프닝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자」는 성명서 내용을 둘러싸고도 각기 다른 의견을 내비쳤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소장검사들이 당초 주장했던 핵심사안 중 하나가 「총장 사퇴」였는데 단 하룻만에 총장을 신임하는 내용의 성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말도 안된다』며 격분했다. 하지만 다른 검사는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검찰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기에 단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의견을 냈다. 또 다른 검사는 『총장을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것은 검찰조직의 원칙을 표명한 것일 뿐』이라며 『현재 총장을 신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평검사 대표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검사들은 수뇌부의 함구령이 내려진 탓인듯 『성명서에 적혀있는 내용외에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개인적인 의견은 내지 않겠다』며 한결같이 함구로 일관했다.
이영태기자 yt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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