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지혜로운 용태
1999/02/02(화) 16:56
지난 해 12월 갑작스레 불거진 외도설로 하원의장 자리를 내놓은 봅 리빙스턴의원이 1일 공식적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출신지역인 루이지애나주에서 4월 보궐선거를 실시할 수 있게끔 이달 28일자로 하원의원직을 사임한다는 내용이다.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106회 의회의 하원의장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성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주도한 「섹스 매카시즘」의 덫에 걸려 22년동안 몸담아왔던 의사당을 떠나는 것이다.
리빙스턴에게 하원의장 자리를 물려준 뉴트 깅그리치 전하원의장도 역시 마찬가지 수순을 밟아 워싱턴을 떠났다. 지난 해 11월 중간선거에서의 패배를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하원의장직을 내놓은 깅그리치는 1월 3일자로 하원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97년 6월 당시 깅그리치의 지도노선에 반기를 들고 하원의장 자리를 노렸던 빌 팩스턴 전의원도 「궁정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자 미련없이 의원직을 버리고 요즘은 워싱턴정가의 거물 버논 조던변호사와 함께 로비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아직 50대 중반의 한창 일할 나이에 정계은퇴를 해버리는 이유에 대해 미국인들은 별다른 궁금증을 갖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이같은 관행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깅그리치만이 정계은퇴 성명에서 『의장석에 앉았던 사람이 의원석으로 내려와 앉아 있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밝혔을 뿐이다.
이처럼 미국정치에는 스스로 알아서 물러날 줄 아는 지혜가 관행이자 미덕으로 돼 있다. 지난해 11월3일 있었던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 전체 435명 중에서 현역의원이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우는 불과 4명뿐이었다.
현역의원이 출마하면 거의 확실하게 당선되는 이유는 바로 정치인들의 지혜로운 용퇴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가 들었거나 지역여론이 나빠졌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현역의원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정치권의 「물갈이」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다. 【워싱턴=신재민특파원】jmnew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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