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수입증가'
1999/02/02(화) 19:13
1월중 수입이 1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발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더욱이 한동안 잠잠하던 사치성소비재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 과소비가 다시 고개를 드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안겨준다.
1월중 수입액은 86억4,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5.4% 늘었고, 수출은 99억3,000만달러로 3.7%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6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우리가 사상최대인 399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한 것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고 수입이 줄었던 탓이다. 따라서 다시 수입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무역수지 흑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6억9,000만달러는 97년11월이후 가장 적은 흑자액이다.
수입은 앞으로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내수진작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가 살아나면 수입은 자연히 늘게 되어 있다. 수출도 증가할수록 그만큼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는 수입유발 구조를 갖고 있다. 경기가 이제 겨우 회복의 미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이 이처럼 증가한다면, 앞으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수입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 뻔하다.
문제는 수출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인다면 수입증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증가추세가 극히 미미하고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브라질 금융위기의 확산, 슈퍼 301조 부활에서 확인되는 미국의 공세적인 통상정책, 빅딜 및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차질등 산넘어 산이다.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증가는 무역수지 관리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망국적인 과소비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불길한 느낌을 준다. 가방류는 수입이 422.3%나 늘었고, 골프용구(212.2%) 보석 및 귀금속(105.7%) 향수(280.4%)등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물론 이같이 높은 수치는 비교시점인 지난해 1월 수입실적이 IMF여파로 40.2%나 크게 감소했던 탓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위기의식이 느슨해지고 분에 넘치는 거품소비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여행자도 최근 매달 30%이상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고 강남의 고급음식점과 골프장등은 손님들이 넘친다. 지나친 소비위축을 막기위해서라도 여유있는 계층의 소비는 권장해야 하지만, 최근의 소비양극화는 정도를 넘어서 어려운 사람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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