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1999/02/02(화) 18:00
「…그러니까 두 개의 시리즈가 있다. 육체-유기체-규율-제도가 하나의 시리즈이고, 인구-생물학적 과정-조절메커니즘-국가가 그 두번째 시리즈다…」(76년 3월17일 강의에서). 84년 사망한 현대철학의 거두 미셸 푸코의 강의 중 일부다.
철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우리 시대 지적 담론체계에 일대 혁신을 불러 일으킨 푸코의 강의를 지상중계한다. 그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76년 1월부터 3월까지 매주 수요일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사유체계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시리즈강의를 했다. 학생 교사 연구자는 물론, 호기심에서 온 청강생·외국인이 원형 강의실 2개를 빼곡히 채웠다. 프랑스신문 누벨 옵세바퇴르는 「300석 강의실에 500명이 몰려들었다.…웅변조는 전혀 없었으나, 무섭도록 투명하고 설득력있었다」고 보도했다.
정작 푸코 자신은 강의를 끝낸 후, 이렇게 털어 놓았다. 「나는 청중 앞에서 배우 또는 곡예사가 된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면 말할 수 없는 고독에 휩싸인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일류의 지성들 앞에서 「철학적 행동」으로 펼쳐 보였던 앎-권력-담론에 대한 계보학의 프로그램들에서, 우리는 고독의 흔적을 읽을 수 없다. 놀라운 박학과 사유의 힘이 밀려 온다. 이번에 출판된 책은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의 제1권이다. 박정자(상명대 불어교육과 교수) 옮김. 동문선. 1만6,000원. 장병욱기자 aj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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