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겨울잠' 정개특위
1999/02/02(화) 17:29
1일 저녁 TV방송과 2일의 조간 신문들은 정치개혁의 연내 완성을 강조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마산 문화방송 인터뷰내용을 일제히 크게 보도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표명된 만큼 정치개혁의 입법화, 제도화를 맡고 있는 국회쪽의 반응과 활동 상황이 궁금했다. 국회에는 여야 합의로 이미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돼 있다.
먼저 국회 안내를 통해 알아본 번호로 정치개혁특위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두번, 세번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안내는 거듭 『그 번호가 맞다』고 확인해 줬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특위 관계자 사무실에 문의를 해 보았다. 『특위 회의는 언제 열리죠』 『아직 계획이 없는데요』 『최근에는 언제 열렸나요』 『지난해 12월에 한 번 전체회의를 열어서 위원장님과 간사분들을 뽑았고 그 다음에 몇 번 소위를 연 게 다인데요』 『…』
여야가 당초 다짐했던 대로라면 벌써 정치특위는 국회 개혁방안을 매듭짓고 지금은 선거·정당제도 개혁 방안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어야 한다. 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이 다음 총선거일 1년전(4월)까지는 이뤄져야 하므로 선거제도 개혁방안은 지금 작업을 시작해도 늦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특위는 아무 대책 없이 세월만 허송하고 있다.
여야 각 당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여당은 아직껏 선거제도에 대한 단일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서로 눈치싸움만 하고 있다. 야당은 생존에 급급해 정치개혁쪽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정치권은 「나 몰라라」이다.
몸은 싸우면서도 머리로는 진지하게 개혁을 논의하는 상황, 하루빨리 현실화하기를 바라는 우리 정치권의 가상현실이다.
/신효섭 정치부기자 hsshi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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