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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시와 그림이 있는 정치(이유식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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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시와 그림이 있는 정치(이유식정치부차장)

입력
1999.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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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시와 그림이 있는 정치(이유식정치부차장)

1999/02/02(화) 16:53

『깨놓고 말해 영남이외의 지역에서 집회를 해봐야 여권이 겁을 안낸다. 예컨대 인천에서 집회를 열어 몇만명이 모여봐도 여권은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영남집회는 정권이 겁을 내고 성공률도 높다. 이같은 전술적 고려를 이해해달라』. 한나라당이 구미집회를 강행키로 결정한 지난달 27일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협조를 구했다.

『영남권 집회는 지역감정에 편승한 반개혁적인 선동정치』라는 여권의 판에 박힌 비난은 한귀로 흘려버린다고 해도, 지역에 기대는 행태에 대한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던 안대변인의 「고백」이었다. 또다른 당직자는 『한손으로 악수를 건네면서, 다른 손으로 뒤통수를 내리치는 여당에 대항해 야당이 쓸 수있는 수단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 정권도 따지고보면 지역을 볼모로 한 것일뿐』이라는 주장도 뒤따랐다. 지역감정이라는 표현만 쓰지않았을 뿐, 현재 한나라당의 생존은 영남정서 혹은 비호남정서를 어떻게 강화·확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전술적 판단」을 확연히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니기미」란 쌍욕이 영남인의 결단을 뜻하는 말로까지 미화된 구미집회, 그리고 그에 앞선 마산집회의 결과, 한나라당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정계개편의 바람이 어떻게 불든, 영남을 등에 업은 이상 한나라당이란 간판을 내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확인했을 법하다.

또 『내가 하면 동진(東進)정책이자 전국정당화고, 남이 하면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식으로 칼을 휘둘러온 여권이 겁을 먹었다면 그 또한 흐뭇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소득이라면 이제 영남을 돌며 징징 짜는 집회는 그만두는 게 낫다. 영남의 소외감과 열패감(劣敗感)이, 혹은 빅딜태풍에 휩싸인 노동현장의 반발이 야당을 키우고 여당에 옐로우카드를 내미는 것은 아니다. 야당을 장외로 내모는 여당의 행태때문에 가뜩이나 스트레스 받는데, 야당까지 길거리에서 막말하며 스트레스를 더 키울 이유가 뭔가. 시와 그림이 있는 정치를 보고싶다. ys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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