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변해야 산다
1999/02/02(화) 19:11
검찰의 대전 이종기변호사 사건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젊은 검사들이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초유의 검란(檢亂)이 일어났다. 검사동일체원칙이란 불변의 철칙으로 결속된 검사사회에 임관 10년 안팎의 소장검사들이 집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은 쿠데타와 다름없다. 총장을 정점으로 일체불가분(一體不可分)의 유기적 조직으로 움직이는 상명하복 관계의 특수조직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불공정한 인사를 문제삼는 그들의 목소리는 공감을 사고도 남는다. 이종기변호사 사건 수사에 불만을 품다가 수사결과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집단행동을 한 것이라니 더욱 수긍이 간다.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개혁안에도 핵심과제가 빠져 불만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검찰총장 임명방식의 개선이다. 검찰총장을 바꿔봤자 다음 사람, 또 다음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해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현행제도처럼 대통령이 총장임명권을 갖고 있는 한 지역연고와 개인적 충성심이 고려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되므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계 재야법조계 시민단체등은 검찰위원회를 만들어 총장임명안을 협의케 하자고 주장한다.
또 국회의 인사청문회제도나 국회동의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런 여과장치가 있다면 검찰의 현안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법조인 시민단체 학계 인사등이 참여하는 검찰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면 검찰간부들이 권력자와 특정 정치세력에 줄을 대는 풍토가 개선되고, 그렇게 임명된 총장이 인사를 하면 불공정 시비도 약화할 것이다.
법무부가 내놓은 개혁안은 실망스럽다.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한 10가지 대책, 사건브로커 근절을 위한 8가지 대책, 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대통령 직속의 법조개혁협의기구 설치등은 평가할 만하지만 검찰독립을 위한 언급이 없는 것은 유감이다. 김대중정부는 집권준비 때 검찰위원회 제도를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검찰의 반대로 특별검사제와 함께 이 제도도 무산됐다.
이제라도 검찰은 변화해야 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사회의 모든 분야가 크게 변했지만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만은 기득권과 관행이라는 두터운 구각을 둘러쓴 채 완강히 변화를 거부해 왔다. 국제화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나가지 못하면 검찰은 계속 후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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