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판장 파동] DJ, 검찰수뇌부에 '더 큰힘' 지원
1999/02/02(화) 17:45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현 검찰수뇌부를 경질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한 발 더나아가 현 수뇌부가 그들의 책임하에 검찰 및 사법부의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을 지시해 더욱 큰 신임을 부여했다.
이날 지시에는 대전법조비리의 폭로로 시작해 소장검사의 집단행동으로까지 비화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김대통령의 시각이 담겨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검찰파동을 「개혁에 수반되는 진통」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각은 지난달 27일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성명사건을 항명이자, 국가기강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김대통령은 우선 현 검찰수뇌부의 대전법조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를 『과거 관행으로 받아들인 것을 철저히 척결한 것』이라며 『마땅히 해야하고, 옳은 일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고검장은 물론, 소장검사들의 서명운동에 대해서는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억울한 사람도 생겨나 반발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김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대전비리에 대한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인사를 포함한 사법부의 일대개혁을 약속해 서명운동에 나타난 요구를 일부 수용할 뜻을 시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 수뇌부가 취한 행동이 「옳바른 개혁」이고, 이에대한 퇴진운동이 「억울한 사람들의 불만」이라면 김대통령은 앞으로의 개혁도 현 검찰수뇌부의 손에 위임할 수밖에 없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이 보충 브리핑에서 『우리는 아직 총체적인 개혁의 과정에 있으며 과거의 관행 때문에 오늘의 고통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김대통령으로서는 「검찰의 중립성」을 과거 어느 정권보다 많이 보장해왔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사법부·검찰 개혁이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 연명서에 나타난 검찰내부의 시각은 현수뇌부의 사태 인식이 정치적 중립이 아닌, 전관예우·전별금 등 비본질적인 데 집중돼 있고, 무엇보다 과거의 원죄 때문에 개혁의 추진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이 확산될 경우, 현실적으로 김대통령이 현 검찰수뇌부에 대한 신임을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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