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개가 '상주'된 장례식
1999/02/01(월) 17:45
「햄릿의 존」. 지난 달 30일 뉴욕의 캐드먼플라자 공원에서 거행된 존의 추모식에 모인 참석자들은 고인을 이렇게 기억했을 뿐이다. 그의 성이 무엇인지, 어디서 태어나 어떤 일을 한 인물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저 햄릿의 「친구」인 존으로 알 뿐이었다.
햄릿은 존이 키우던 네살 된 세퍼드 잡종개다. 둘은 매일 새벽 6시면 함께 산책에 나서 캐드먼플라자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갔다. 유난히 붙임성 좋은 햄릿은 공원에 나온 다른 개들과 잘 어울려 개주인들과도 친했다.
42세인 존의 죽음이 알려진 것도 햄릿 때문이다. 며칠째 햄릿이 공원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한 개주인이 존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존은 숨진 지 4일만에 발견됐다. 앙상히 마른 햄릿만이 주인의 시신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신을 거두겠다고 나선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뉴저지 출신으로 알려진 존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가족과 연을 끊은 상태였다.
이를 안 개주인들이 그의 추모식을 계획했다. 이 자리에는 햄릿의 친구인 개 30여마리가 주인들과 함께 참석했다. 모두 햄릿을 통해 존을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이날 상주(喪主)인 햄릿은 시종 우울한 표정으로 주인을 마지막으로 전송했다.
한 참석자는 추모사를 통해 「뉴욕에서 또 하나의 외로운 죽음」이라며 점차 각박해지는 세태를 빚댔다. 햄릿은 동물입양기구의 도움을 받아 같은 동네의 한 집에 보내지게 됐다. 그러나 끝내 연고자가 나서지 않은 존은 시립 무연고자 묘지에 매장될 예정이다. /뉴욕=윤석민특파원yunsuk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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