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사상 첫 집단행동 '제2의 검난'
1999/02/02(화) 07:20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항명파동」에 이어 소장 검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 검찰이 또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과거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의사표시를 한 적은 있으나 국가 사정의 중추인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처음이어서 충격은 더욱 크다. 이번 사건은 검찰은 물론, 국가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심고검장의 「항명파동」 이후 표면적으로 진정되는 듯하던 일선 검사들의 불만이 이처럼 집단행동으로 표출된 것은 무엇보다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검찰 수뇌부의 대전 이종기(李宗基)변호사 사건 처리방식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던 젊은 검사들은 심고검장의 「거사」이후 자제 움직임을 보여왔다.
심고검장이 자신들이 할 말을 대신 해 준데다 심고검장이 나선 만큼 수뇌부의 해명이나 거취를 좀더 지켜보자는 판단을 했기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심고검장의 주장이 검찰 수뇌부의 목소리에 묻히면서 「쿠데타」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는 듯하자 심고검장의 주장에 동조하는 검사들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연판장에 서명한 검사들은 사법시험 27기 이하의 소장 검사들로 서울지검에서만 20여명이 참여했으며, 전국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88년이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임관한 검사들로 현재 검찰 실무 수사와 공판 관여에 중추역할을 하고 있어 검찰의 「젊은」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서명에 관여한 한 검사는 『최근 검찰이 여론으로부터 매도를 당하고 있는 것은 떡값 때문이 아니라 과거 정치검찰의 원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 수뇌부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뇌부가 대전 사건 처리과정에서도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채 후배검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웠다』며 『수뇌부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검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2일로 예정된 법무부의 제도개혁안을 지켜본 뒤 미흡할 경우 곧바로 자신들의 주장을 공식 표명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튼 「심재륜 파동」에 이은 소장검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검찰은 안팎으로부터 강한 개혁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검찰 수뇌부는 이날 이변호사 사건 수사결과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심고검장이 주장한 「정치검찰」 문제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외부적 압력과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고 부정부패 척결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원칙론을 표현하는데 그쳤다.
검찰 수뇌부의 이같은 태도는 여론과 소장검사들의 요구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어서 앞으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상철기자 sc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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