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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사법개혁인가

입력
1999.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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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도 사법개혁인가

1999/02/01(월) 19:34

지난해 2월 의정부 이순호변호사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은 이변호사 사무장과 사건브로커등 11명을 구속했으나 관련 판검사들은 아무도 사법처리하지 않았다. 관련자 27명중 판사 5명과 검사 2명을 자체징계하고, 의정부지원 판사 전원을 교체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 뒤의 재판과정에서 사무장은 무죄로 풀려났고, 징계받은 판검사들은 옷을 벗었으나 징계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변호사사무소를 차렸다.

1년전 사건을 되돌아보는 것은 대전 이종기변호사 사건처리와 판에 박은듯 닮았기 때문이다. 이변호사에게 소개비를 주고 사건을 소개했거나 금품을 받은 관련자는 379명인데, 이중 판검사 30여명을 비롯해 법원·검찰 직원과 경찰관 교도관 등 공직자가 100명을 넘는다. 구속된 사람은 이변호사와 사무장을 제외하면 검찰 일반직 6명 뿐이다. 현직검사는 6명을 옷벗기고 2명을 자체징계, 판사는 5명을 대법원에 통보하는 것으로 끝났다.

관련자 수나 직급, 사건의 질, 파동의 강도 등으로 보아 의정부 사건과는 비교도 안되는 사건을 이렇게 처리하고도 사법개혁 운운하는 것이 어이없게 들린다. 엄정히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데도 이 정도에 그쳤다.

의정부 사건 관련자들은 전원이 평검사 평판사들이었지만, 이번에는 고검장 지검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 고위 간부직이 많다. 판사도 5명중 고법부장 지법부장급이 4명이다. 의정부 사건 때는 돈거래가 변호사 개업비용으로 빌려주거나 실비(室費)를 보조해주는 형식이었고, 나중에 갚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휴가비 전별금 명절떡값 같은 뇌물성이었다.

몇백만원 받은 일반직원은 구속하고 같은 액수를 받은 판검사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직무와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수긍할 사람은 없다. 일반 직원들이 돈을 받고 사건소개를 한 것과, 사건처리에 큰 영향력을 가진 고위직 판검사들이 습관적으로 돈을 받은 것중 어느 쪽 책임이 더 큰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에 양심과 명예를 걸었으며,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무릅쓰고 관련자들을 가혹할 만큼 엄정히 처리했다』고 말했다. 의정부사건 때와 달리 비위검사들의 이름과 내용을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그것은 수사의 ABC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검찰은 큰 파도는 넘겼다고 여기고 내부동요 진정에 힘쓸 것이고, 법원도 지난번처럼 몇사람 자체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 할 것같다. 이래가지고야 무슨 법조개혁이라고 하겠는가. 국민의 분노를 도대체 언제까지 외면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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