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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흡연습관은 유전자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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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흡연습관은 유전자의 장난"

입력
1999.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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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흡연습관은 유전자의 장난"

1999/02/01(월) 17:55

담배를 끊겠다고 맹세하고도 며칠 못 가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순전히 의지가 박약한 탓일까. 그것만이 아니다. 흡연습관도 유전자의 장난이다. 미국 연구진은 SLC6A3_9라는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담배를 비교적 쉽게 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와 국립암센터의 연구팀은 흡연습관과 이 유전자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미국 심리학회지 최신호에 각각 발표했다.

금연의 열쇠인 SLC6A3_9는 도파민 운반 유전자의 변형체. 도파민은 뇌에 전달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뇌에서의 도파민보상시스템이 니코틴 코카인중독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사실 약물중독과 마찬가지로 흡연습관도 유전자에 좌우된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보고돼 왔는데 이번에 구체적으로 그 유전자가 밝혀진 셈이다.

조지타운대 메디컬센터 캐린 러먼박사팀은 흡연자 289명과 비흡연자 233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자 46.7%가 SLC6A3_9를 보유한 반면 비흡연자는 55.8%가 보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흡연자 중에서도 SLC6A3_9가 있으면 16세 이전에 담배를 배울 확률은 낮은(26%) 편이었다. 러먼박사팀은 DRD2_A2라는 도파민 수용 유전자가 SLC6A3_9와 함께 작용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미국 국립암센터 딘 H 해머박사팀은 흡연자(289명) 비흡연자(593명) 금연자(231명) 총 1,107명을 조사한 결과 SLC6A3_9 보유자의 수는 각각 42% 43.5% 51.9%로 금연자그룹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두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SLC6A3_9를 갖고 있을 경우 담배를 늦게 배우고, 피우기 시작한 뒤에도 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립암센터는 기질과 흡연습관의 분석을 병행했다. 사람의 기질을 분석하는 4가지 지표 중 하나인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탐험욕구(역시 도파민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를 분석한 결과 SLC6A3_9 보유그룹이 탐험욕구지수가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당연히 금연그룹이 흡연그룹보다 탐험욕구지수가 낮다. 금연/흡연그룹의 지수차이는 SLC6A3_9 보유/비보유그룹의 차이보다 더 크다. 즉 자기 성격을 관찰하면 금연체질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탐험욕구가 없는 편이면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머박사는 『SLC6A3_9 유전자가 담배를 끊는데 결정적인 요소라기보다 개인의 욕구와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흡연은 그 중 한 예일 뿐』이라며 『흡연습관에 관련된 유전자를 잘 이해함으로써 개인차에 따라 효율적 금연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SLC6A3_9가 금연과 관련된 것은 확실하지만 금연유전자라고 이름붙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인류역사에 담배가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이 유전자는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김희원기자 h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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