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 돌볼 '호스피스' 태부족
1999/02/01(월) 19:21
【사진설명】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활동
10년 전 유방암으로 절제수술을 받은 A(50·울산 남구 부곡동)씨는 최근 암이 재발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에선 더 이상 치료할 게 없다며 항암치료를 중단하더니 퇴원을 종용했다.
A씨는 한국일보사에 편지를 보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하루하루 진통제로 연명하고 있다. 목부분까지 아프다. 의사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한다. 마지막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5만명이 말기암으로 시달리다 생명을 잃고 있지만 전문 호스피스시설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들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산고(産苦)에 따른 통증 이상의 절망적 고통」이라고 표현한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아픔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병원에선 이들의 치료를 기피한다. 진통제주사 외엔 특별히 해줄 치료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기환자의 통증치료등에 대한 보험수가가 마련돼 있지 않아 병원경영에 실익이 없다는 게 더 큰 이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0년대 초부터 말기 암환자의 통증치료를 강조하면서 각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해왔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암통증관리센터라는 비영리조직이 결성돼 말기 암환자 관리를 위한 연구·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해 개설 10주년을 맞은 강남성모병원을 포함, 호스피스병동이 전국적으로 100병상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한 호스피스전문의나 전문간호사제도 없다.
병원에서 소외된 말기 암환자들은 극심한 통증과 구토, 수면장애, 우울증, 변비, 피로등에 시달린다. 어쩔 수 없이 항암버섯 뱀탕 무당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허탈감에 다시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허대석교수가 최근 말기 암환자의 의료행태를 조사한 결과 의학적 진료를 전혀 받지 못한 환자가 32.4%, 버섯등 민간요법에 매달린 경우가 28.7%였다. 호스피스와 같은 전문치료를 받은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또 말기 암환자의 생존기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통증으로 나타났다. 통증이 심할수록 빨리 사망하는 것이다. 말기 암환자의 74%는 마약주사가 필요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통증이 심해질 때마다 응급실을 찾아 마약주사를 맞고 귀가하는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경식(가톨릭대의대교수)이사장은 『호스피스치료가 생존율을 높이지는 못하지만 여생을 편안하게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마약류 진통제등 기존 방법으로 환자의 90% 이상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데도 효율적 보급체계가 없어 인간다운 삶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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