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방지 특별교육' 봇물
1999/02/01(월) 17:21
29일 경기 이천 현대전자 연수원. 임원을 포함해 과장급 이상 관리자 500여명이 연수원 강당을 빼곡히 메우고 「직장내 성희롱 특별교육」을 받았다. 강사의 2시간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성희롱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남자직원이 희롱을 당할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 막 국회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의 성희롱 처벌조항에 대한 궁금증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기업들이 직장내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전자를 시작으로 LG전자 삼성생명 롯데백화점이 곧 여성민우회 강사를 불러 성희롱 특별교육을 받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강의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직원들의 비율이 높은 전자 유통 보험업계의 강의 요청이 특히 많다.
여성민우회는 폭주하는 기업 강의부담을 덜기 위해 2월1일 오후2시 서울 종로성당에서 기업 관계자들을 모아 성희롱 예방교육을 따로 열 예정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남녀고용평등법의 시행령이 정해져 2월께 적용되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성희롱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은 사업주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남성들의 위기감도 이같은 대대적인 교육의 배경이다. 아직은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여성민우회 윤정숙(尹貞淑)사무처장은 『강의를 나가 보면 시작부터 몸을 뒤로 젖히고 「들을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전자는 관리자 교육에 이어 사업본부별로 교육담당자를 편성해 직원 교육을 1년에 2차례 정기로 실시할 예정이다. 또 「직장내 성희롱 방지를 위하여」라는 지침서도 배포한다. 이 지침서의 성희롱 예방을 위한 10계명에는 회식 때 술시중을 강요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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